[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일부러 짠 거 맞아요."
한국농구연맹(KBL) 리그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가 3일부터 6개월의 열전에 들어간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아 3~6일 개막 주간부터 눈길을 끄는 매치가 농구팬들의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KBL은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흥행을 위해 일부러 관심을 끌만한 대결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각본을 짠 듯한 경기일정이었는데, 실제 의도한 것이다.
보통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 일정 편성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각 경기장 사용 가능일, 경기시간 등 고정 조건을 부여한 뒤 랜덤 배정 방식으로 정한다. 여기서 이슈가 될 매치를 인위적으로 고정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개막 시리즈가 그렇다.
우선 KBL이 지정한 공식 개막전은 3일 오후 2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창원 LG와 서울 SK의 경기다. 두 팀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바 있다. LG의 챔피언 등극으로 끝났고, 아쉽게 물러난 SK가 '적지'를 찾아가 복수혈전을 하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같은 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삼성-부산 KCC의 경기도 KBL이 의도한 것이다. 삼성에서 은퇴하고 코치-감독으로 몸담았던 이상민 KCC 감독과 이규섭 KCC 수석코치의 복귀전 무대를 삼성의 홈 경기장으로 정했다. 이상민 감독은 2007~2010년 삼성 선수로 뛰다가 2012~2014년 코치, 2014~2022년 감독으로 일한 뒤 삼성을 떠났다. 지난 2023년 친정팀 KCC 코치로 복귀해 이번 시즌부터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이 KCC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영입한 이가 삼성에서 감독대행(2022~2023시즌)으로 지휘봉을 물려받은 이 코치다.
서울에 새로운 '팬덤'을 몰고 왔던 이 감독과 '원클럽맨' 이 코치에게 삼성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팀이다. 이런 삼성을 상대로 지도자로의 복귀 첫 경기를 치른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KCC는 이튿날(4일) 곧바로 수원으로 이동해 KT와 이른바 '허훈 더비'를 치른다. 허훈은 지난 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프로 데뷔팀이었던 KT를 떠나 KCC로 이적했다. 허훈이 KT를 떠나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았던 데다, 허훈이 KT의 붙박이 스타가 될 것이라 믿었던 KT팬들의 실망도 컸던 터라 '이슈'가 될 만하다. 하지만 허훈은 종아리 부상 회복이 더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의 이적생 더비는 또 있다. 4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삼성전은 '이대성 더비'이고, 5일 SK-KT전은 '문경은-김선형 더비'라 불린다. 이대성은 지난 2022~2023시즌까지 한국가스공사에서 뛰다가 해외 진출을 선언하며 팀을 떠났다. 일본 리그를 경험한 그는 지난해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한국가스공사가 아닌 삼성을 선택하는 바람에 가스공사 구단 측과 감정이 틀어졌다. 허훈이 떠난 뒤 옛 스승 문경은 KT 감독의 부름을 받고 KT로 이적한 김선형, SK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문 감독도 시즌 초반부터 어색한 만남을 하게 됐다. 6일 한국가스공사전을 치르는 유도훈 정관장 감독은 2년 전 일방 해고를 한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한풀이'에 나선다.
KBL 관계자는 "마케팅적 요소와 팬들의 흥미를 우선 고려했다. 다만, 올해 크리스마스 S-더비(삼성-SK전)는 SK의 EASL(동아시아슈퍼리그) 출전 때문에 열리지 않도록 편성했다"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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