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관한 낱말로 [덜미]를 만납니다. 목의 뒤쪽 부분과 그 아래 근처가 첫 번째 뜻입니다. 뒷머리를 짧게 자르면 덜미가 시립니다. 의미를 분명히 드러내려고 목덜미라 쓰기도 합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온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라는 문장이 보기입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도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 주머니 다 된 왜목수건으로 닦으며 …' 하는 쓰임이 확인되고요. 왜목은 광목입니다. 무명실로 서양목처럼 너비가 넓게 짠 베. 몸의 아주 가까운 뒤쪽이라는 것이 덜미의 두 번째 의미입니다. '문을 나서는데 덜미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가 용례입니다. 뒷덜미, 등덜미 하는 말도 합니다. 덜미는 사람의 약점이나 흠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로도 쓰입니다. 못된 일을 하다 때로 덜미가 잡히기도 하고 이따금 덜미를 잡히기도 합니다.
목덜미가 목의 뒤쪽이라면 목의 앞쪽은 무엇일까요? [멱]입니다. 멱을 따서 닭을 잡는다고 표현합니다. 어렸을 땐 시골에서 부엌 외벽 못에 맨 노끈에 집닭이 교수형 당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저렇게 해서 식구들 밥상에 백숙이 오르는구나. <추 서방은 날이 선 칼로 황소의 멱을 따기 시작했다.>(김원일/노을), <종술은 멱에까지 차오르는 주먹 같은 아니꼬움을 느꼈다.>(윤흥길/완장)라는 소설 속 문장도 보입니다. 사람의 멱 부분의 살이나 그 부분, 또는 사람의 멱이 닿는 부분의 옷깃은 [멱살]입니다. 멱살을 잡다, 놓다, 풀다, 거머쥐다, 부여잡다, 추켜잡다 합니다. 한편 '멱살 잡고 ○○한다'라는 표현은 걸출한 개인이 팀플레이 스포츠나 게임, 극(劇)에서 전체 상황을 좋은 쪽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세를 넓혀가는 관용구입니다. 이를테면 주인공 한 명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가 있고 투수 한 명이 멱살 잡고 이끄는 야구 경기가 있습니다. 좋은 결과만 보장된다면야 가끔은 멱살 잡히고 싶은 것이 관객들과 협업자들의 마음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정주리, 『생각하는 국어』, 도서출판 도솔, 1994, pp. 77-78. 덜미와 멱 설명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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