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짧은소설집…"'타인에게로'에 더 방점 두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한동안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들에 관해 주로 써왔는데 몇 년 전부터 서로 잘 모르면서 어떤 계기가 있을 때 같은 영향권에 놓이는 타인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최근 단편보다 짧은 분량의 소설 11편을 수록한 '별일'(마음산책)을 펴낸 최은미(47) 작가는 연합뉴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의 공통점을 '타인을 향한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처럼 '별일' 속 주인공들은 뜻밖의 장소에서 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낯선 타자와 마주친다.
표제작에서는 아파트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추적하다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혼자 전자담배를 피우는 이웃을 만나고, 수록작 '김청자가 아닌 사람'에선 뒷산에서 긴 빨대로 나무를 두드리며 돌아다니는 할머니와 마주친다.
'이상한 이야기'에선 은행 현금인출기 부스에서 누군가가 두고 간 만두를 가져가려는 순간에 나타난 만두 주인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어떤 드라마' 주인공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치매 할머니와 만나 오래전 방영됐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작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만, 실은 잠깐씩이라도 뭔가를 공유하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지하철역이나 공원처럼 공간을 공유하는 타인일 수도, 예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오래전 기억을 공유하는 타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이 잠깐이라도 서로 맞닥뜨려 상대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써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평범하고 약간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별일' 속 주인공들은 이런 뜻밖의 만남으로 일상이 깨지고 기묘한 일에 휘말린다. 이런 이야기 흐름은 일상을 한 꺼풀만 들춰내도 무수한 이야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우리는 별일을 겪음으로써 별일 아니었던 때를 비로소 보게 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하게 닥친 별일인데도 딱 한 발 더 간 것만으로도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은 어떤 일을 별일로 규정하고 어떤 일을 별일 아닌 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나'가 드러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2008년 '현대문학' 신인상으로 데뷔한 최은미는 그간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눈으로 만든 사람' 등 여러 단편집을 펴냈으나 단편보다 짧은 분량의 소설만으로 이뤄진 소설집은 '별일'이 처음이다. 이 책에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집필한 11개의 짧은소설이 실렸다.
작가는 짧은소설의 매력을 "쓰는 입장에선 구상의 자유로움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설명하며 "그간 써오던 단편과 장편의 문법에서 벗어나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분량이 짧다는 건 제약이기도 하고 허용이기도 한데, '짧음'이라는 조건이 주어지자 인물과의 거리감이 확보되면서 훨씬 더 다양한 군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저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순간들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은미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개인의 모습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소설로 호평받으며 젊은작가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올해는 단편소설 '김춘영'으로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런 최은미는 "올해 상반기 집필 시간이 귀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며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김춘영'도 이때 썼고, '별일'에 실린 소설들도 두세편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에 쓴 소설들은 '나로부터'보다 '타인에게로'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싶었다"며 "한동안은 이 자장 안에서 타인에게 다다르는 여러 길을 소설 안에서 타진해보는 일에 집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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