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K-콘텐츠 산업 육성을 통해 K-컬처 시장규모 300조원·방한 관광객 3000만명 달성이라는 과제도 포함됐다. 물론 현재 K-콘텐츠의 파급력을 볼때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규모 300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K콘텐츠 산업 종사자와 정부 그리고 기업 등 삼박자가 힘을 합쳐 K-콘텐츠 시장 이면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시아 시장에서조차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K-콘텐츠의 그림자' 시리즈를 기획했다.
① K-연예 산업, 출연료 폭등이 불러온 수익 구조의 붕괴
② OTT 책임론? "플랫폼은 웃고 제작사는 존폐 위기"
③ 새로운 시도, 산업적 접근이 필요한 시대
④ 건물주가 되고 싶은 스타들…K-엔터산업의 역설
[고재완의 K-ShowBIZ] K-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돈이 모이는 곳에 돈이 흐르게 해야한다'는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 현재 K-콘텐츠 산업에서 돈이 모이는 곳은 '스타'다. 물론 플랫폼·방송사·제작사들이 합의 하에 출연료 가이드라인 또는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는 미봉책이다.
기회는 여전히 있다. K-콘텐츠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조만 개선된다면 지속 가능한 산업 성장이 가능하다. 문제만 해결된다면 '흥행해도 손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K-콘텐츠의 미래, 스타들의 투자 절실
한국의 경우 대부분 해외 OTT에서 모두 투자하고 글로벌 시청률 1위를 하면 OTT가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독식구조다. 제작사 수익률은 5% 미만으로 잡힌다. 반면 미국 드라마는 IP를 스튜디오와 플랫폼이 공동 소유해 제작사 수익률이 30%를 넘는다.
게다가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들은 제작사를 설립 후 수익을 재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배우가 제작에 직접 참여하거나 신인 감독 작품에 출연해 시장 다변화에 기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산업 전체 차원의 선순환 투자 구조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스타들이 받은 100억 중 10%만 K-콘텐츠에 재투자해도 산업 체질이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스타들의 산업 재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산업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이정재, 정우성을 주축으로 세워진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제작사와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계열사로 두고 여러 작품을 제작했다. 배우 하정우가 만든 매니지먼트사 워크하우스 컴퍼니도 영화 '리바운드'와 '로비'에 이어 지난 3일 개봉한 '윗집 사람들'을 제작했다. '로비'와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작품들이기도 하다.
브래드 피트는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와 투자사 A24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들은 '월드워Z' 'F1 더 무비' 등 상업 영화, '노예12년' '문 라이트' 등 아카데미를 석권한 작품성 있는 영화, 또 '옥자' '미나리'와 같은 가능성 있는 한국형 콘텐츠 등의 제작, 투자에 참여하며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있는 제작사, 투자사 대열에 들어선 지 오래다.
▶정부, K-콘텐츠 시장 활성화 위해 적극 지원해야
스타들이 재투자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가장 위협적이라고 불리는 세무 조사도 이미지로 먹고 사는 스타들은 철저하게 대비하는 편이다. 세금으로 한 번 입에 오르내리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요법이 필요하다. 세제 혜택과 투자 인센티브가 절실한 시점이다. 톱스타 출연료 상한제 뿐만 아니라 산업 재투자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출연료의 일정 비율을 '콘텐츠 산업 펀드'로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들이 받은 출연료를 모두 개인 소유의 건물을 사는데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K-연예 산업 자체가 휘청일 수 있다.
문체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과 협의를 통해 OTT 공정 수익 배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해외 OTT의 국내 제작사 투자, 수익 의무 비율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 자본만으로 제작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일본 동남아 미국을 넘어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 제작사와 공동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비 리스크를 줄여야한다. 이렇게 되면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를 정부에서 나서서 지원하는 방향도 고려해야한다.
▶IP 보유가 대안, 미드식 리스크 분산도
계약 방식도 제작사가 대형 방송사나 OTT에 완전히 판권을 넘기는 대신, 원작 판권이나 포맷권을 직접 확보하고 리메이크나 해외 판권으로 장기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예컨대 웹툰 기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 원작자와 공동 저작권 계약을 맺어 2차 제작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미국 드라마 시장에서 6~8부작이 늘어난 이유는 리스크 분산이다. 회차가 줄면 제작비 부담이 줄고, 실패 시 손실도 최소화된다. 특히 OTT의 경우 전편 몰아보기가 일반적이어서 시청자 만족도까지 높다. 우리도 이같은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시청 시간, 구독자 증가율 등에 따라 제작사도 추가 보너스를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