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1 5위, 코리아컵 4강,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9위. 이정도면 'A' 학점을 주기에 충분한 성적표다.
정경호 강원FC 감독(45)이 데뷔 시즌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정 감독은 2025시즌 K리그1 유일의 '초보 감독'이었다. 2024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최고 성적을 거둔 강원은 'K리그1 감독상'을 받은 윤정환 감독을 뒤로 하고 정 감독에게 조타수를 맡겼다. 강원에 강원 출신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것은 정 감독이 처음이었다.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11년 동안 코치 생활을 하며 '지략가',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정 감독이지만, 감독직은 또 다른 세계다. 그동안 '본체설'을 들었던 수많은 코치들이 있었지만, 막상 감독으로 데뷔한 후 기대를 충족시킨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정 감독은 달랐다. 첫 해부터 기대 이상의 지도력을 과시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준우승의 핵심 멤버였던 양민혁 황문기 김영빈 등이 줄줄이 이탈한 가운데,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마저 기량 미달이었다. 차포에 상마까지 뗐지만, 11년 내공은 어디가지 않았다. 정 감독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다. 점유하는 축구를 플랜A로 준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버티는 축구로 전환해 초반 위기를 넘겼다. '변칙' 카드로 결과에 초점을 맞췄다. 서민우 김대원, 두 전역생과 김건희 모재현 등 영입생들이 가세한 여름에는 '정공법'을 내세워 내용까지 잡았다.
그 결과 강원은 두 시즌 연속 파이널A행에 성공했고, 스플릿 라운드 후 ACLE를 병행하는 가운데서도 5위에 올랐다. 다음 시즌 아시아 무대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비록 아쉽게 전북 현대에 무릎을 꿇었지만, 코리아컵에서도 4강까지 갔다. ACLE에서도 동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는 비셀 고베를 잡는 등 선전을 이어가며 9위에 올랐다. 8위까지 주어지는 토너먼트 진출권을 가시권에 뒀다.
체계적이면서도 유려한 전술을 앞세운 정 감독식 플랜A는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이정효 광주FC 감독,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황 감독은 사석에서 "광주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 강원"이라고 할 정도였다.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게임체인저 부재로 인한 후반전 부진이라는 과제가 생겼지만, 정 감독은 빠른 수정을 통해 이마저도 보완했다. 초보라 생기는 시행착오를 빠르게 해결해 나가는 정 감독의 모습은 역시 '차세대 지도자'로 손색이 없었다. 위기관리능력과 승부사 기질도 돋보였다.
이제 관건은 '2년차'다. 첫 해 깜짝 성적을 거둔 감독은 많았다. 하지만 상대로부터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난 두 번째 시즌은 다르다. 이때부터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정 감독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2026시즌을 잘 보내야 한다. 상황은 더 여의치 않다. 타 팀들이 발빠른 행보로 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강원은 예산 문제로 지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판이다. 새롭게 데려올 외국인 선수가 변수가 되겠지만, 결국 다음 시즌 강원의 성적도 정 감독이 키를 쥐고 있다. 일단 첫 시즌 보여준 모습만 보면 기대가 더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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