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진짜 미친 짓처럼 느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스타로 뛰다 K리그에 와서 2년을 보낸 제시 린가드가 기형적인 팬덤 문화에 질려버린 사연을 현지 매체에 토로했다. 린가드는 "미친 짓이라고 느껴졌다"며 이 경험을 회상했다.
'훌리건의 나라' 잉글랜드에서 온 린가드조차 고개를 돌리게 만든 이 충격적인 문화는 바로 '버막(버스막기)'이었다. '버막'은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선수단 버스를 막아서는 행위를 뜻한다. 보통 홈경기가 끝난 뒤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팀 성적이 극도로 나쁠 때나 혹은 팀 운영방식이 이상할 때 나타난다. 팬들은 선수단 버스를 막고 감독의 하차를 요구한다. 그리고 팀의 운영에 관한 설명과 사과를 요구한다.
이런 행위를 저지르는 팬들은 한결같이 '팀을 너무 사랑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버막을 옹호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행동이 진정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선수단을 볼모로 잡고, 감정배출을 하는 철없는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훌리건의 나라' 잉글랜드에서 온 린가드에게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린가드는 2023년 FC서울에 전격입단해 2년간 K리그의 흥행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금세 커리어 공백만을 메우고 떠날 듯 했지만, FC서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린가드는 2025시즌을 마치고 FC서울과의 인연을 마쳤다.
영국으로 돌아간 린가드는 22일(이하 한국시각) 유력 매체인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K리그에서의 경험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계획을 전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에서 린가드가 가장 강렬했던 K리그의 기억으로 꼽은 장면이 바로 '버막 사건'이었다. FC서울은 지난 6월 29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서 4대1로 승리했음에도 '버막 사태'를 겪어야 했다.
FC서울 홈팬들은 구단이 팀의 간판스타였던 기성용과의 결별을 결정하자 극도로 분노했다. 기성용의 기량이 저하됐다고 해도 구단이 결별과정에서 충분한 존중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앞서 박주영과 이청용, 오스마르 등과의 결별 때 쌓였던 불만까지 함께 터졌다.
급기야 이날 경기 후 팬들은 구단 버스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길을 막고, 항의했다. 김기동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팬들과 대화했다. 그 과정에서 린가드를 비롯한 선수들은 한 시간이 넘게 갇혀있어야 했다. 기성용과의 결별을 김기동 감독이나 선수들이 정한 게 아님에도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린가드에게 이런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버스의 운행을 막았다. 감독에게 직접 나와 이야기하라고 했다.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진짜 미친 짓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이어 "FC서울은 K리그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다. 난 항상 FC서울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비유한다. 늘 이겨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팬들 역시 그만큼 감정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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