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모녀판 '오세이사', 배우 이주화가 치매 모친과 방송하는 이유… "오늘 하루가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

by

[스포츠조선 권영한 기자] 이주화, 치매 모친과 방송하는 이유… '지나간 기억 대신 새로운 기억으로.'

배우 이주화는 치매 초기의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올해 86세가 된 그의 모친은 하루가 지나면 많은 것을 잊는다. 기억이 지워지는 시간은 가족에게 가장 아픈 순간이다.

이주화는 그런 어머니와 방송에 함께 선다. 이주화 모녀가 방송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간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함께 보낸 새로운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 시간이 기억으로 남지 않더라도, 하루가 행복했다면 충분하다는 믿음이 배경이다.

이주화의 어머니는 종종 과거의 장면을 또렷이 꺼낸다. 최근보다 과거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남편과의 연애, 고등학교 학창시절, 그리고 최근엔 "뱃속에 늘 너(이주화)를 데리고 다녔다"고 말한다.

"여행을 갈 때도, 산에 갈 때도, 밥을 먹으러 갈 때도 늘 함께였다"는 그 말은, 여전히 딸을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딸의 가슴에 닿는다.

그래서 이주화는 말한다. 매일을 새로운 기억으로 채우고 싶다고. 설령 하루가 잊히더라도, 그 하루가 행복으로 남는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주화 모녀는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가능한 많은 일을 같이 한다. 방송도 그 연장선에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가 느끼는 그날의 감정과 표정, 따뜻함을 오늘의 시간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이주화가 무대에 서는 이유도 같은 결에서 출발한다. 그는 최근 2인극 '흑백다방1992'와 1인극 '웨딩드레스'를 동시에 소화했다.

특히 모노드라마 '웨딩드레스'는 영국 에든버러와 일본 오사카 무대를 거치며 국내를 대표하는 1인극으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초연 당시 "30년간 공연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이주화는 지금도 지켜가고 있다. 그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대에 서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하다. "엄마가 살아 계시는 동안 더 많은 공연, 더 많은 작품에 나오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주화의 삶에는 또 하나의 연결선이 있다. 딸이다. 그는 코로나 직전, 가족과 함께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났다. 딸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돈이나 집이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그 여정은 여행서 '인생통장 여행으로 채우다'로 남았다. 이 책은 삶의 잔고를 숫자가 아닌 기억과 감정으로 채우는 방식을 기록했다.

치매 모친과의 방송, 멈추지 않는 무대, 딸과의 여행. 이주화의 선택은 모두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기억이 사라져도 하루의 온기는 남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이다.

그래서 이주화는 연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대의 첫 번째 관객은 언제나, 모친과 딸이다.
권영한 기자 kwonfil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