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를 앞둔 1월 말인데, 아직도 소속팀이 미정이다. 그러나 36세 베테랑 투수는 메이저리그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우완투수 스가노 도모유키(36)가 일본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23일 아사히TV의 보도 스테이션에 출연해 "현시점에선 확실히 준비하면서 오퍼를 기다리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일본 복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 시즌을 뛰면서 (메이저리그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올해가 진짜 승부다"고 했다.
계약 소속이 안 나오자 일본리그 복귀설이 나돌았다. 친정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다년 계약을 제시하고 대답을 기다린다는 보도가 나왔다. 설사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간다고 해도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상황이 어떻든 어렵게 이룬 꿈을 1년 만에 접고 돌아올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13일,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은 스가노를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 기쿠치 유세이(34·LA 에인절스), 마쓰이 유키(30·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WBC 일본대표팀 선수 명단에 올렸다. 이바타 감독은 스가노의 메이저리그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2017년에 이어 9년 만에 WBC 대표팀 복귀가 이뤄졌다.
스가노는 WBC에 대해 "마지막 기회하고 생각해서 그런지 (대표팀 출전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일본팬들을 위해 싸우고 싶었다"고 했다. WBC가 30대 후반으로 가는 그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에 이어 세 번째 주요 국제대회 출전이다.
2017년 WBC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스가노는 그해 3월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준결승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3안타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그의 호투에도 일본은 1대2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스가노는 미국전이 자신의 야구 인생을 바꾼 경기라고 했다. 이 경기를 계기로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2024년 겨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1년-1300만달러(약 189억원)에 계약했다. 프로 12년차에 회춘해 미국으로 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스가노는 2024년, 24경기에 등판해 15승(3패)를 올리고, 통산 4번째 다승 1위를 했다. 4년 만에 센트럴리그 다승왕에 복귀하고 승률 1위를 했다. 시즌이 끝나고 해외 진출이 가능한 FA가 되자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렸다.
2020년 겨울, 포스팅을 통해 미국행을 추진하다가 뜻을 접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 6개팀이 관심을 보였다. 미국으로 건너가 협상에 참가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안 나왔다. 아쉽지만 요미우리 잔류를 결정했다. 연봉 8억엔에 계약했다. 당시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에 사인했다.
볼티모어의 '올드 루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해 4월 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 원정 경기에서 5⅓이닝 1실점을 기록, 메이저리그 첫승을 알렸다. 8월 15일 시애틀을 상대로 10번째 승리 투수가 됐다. 그런데 이 승리가 마지막 승이 됐다. 후반기에 승리 없이 패가 쌓였다. 구위가 떨어져 고전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부상 없이 30경기에 나가 157이닝을 소화했다. 볼티모어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켰다. 10승10패, 106탈삼진, 평균자책점
4.64. 피홈런이 아쉬웠다. 33홈런을 내줘 아메리칸리그 이 부문 1위를 했다. 전반기에 희열을 맛봤고 벽을 확인하면서 경험을 쌓은 데뷔 시즌이다.
요미우리에서 136승을 올린 스가노는 볼티모어에서 10승을 추가해 미일 통산 '146승'을 기록 중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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