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김경진 교수팀,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준식 교수 연구팀(공동1저자 홍준식·김경진, 교신저자 김신곤)이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이주 이후 암 위험의 변화를 규명했다.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데이터 분석은 한반도 인구 뿐 아니라 인간의 환경과 생활 방식 변화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모델이 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당뇨병과 대사질환 발생 양상이 기존 남한 주민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장기적인 암 발생 위험을 대규모 인구 기반 자료로 분석해 환경변화와 암 발생 위험 변화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북한이탈주민 2만5798명과 기존 남한 주민 127만6601명을 비교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설계했다. 연구팀은 이주 이후 시간에 따라 전체 암 발생률과 암 종류별 발생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으며 평균 약 10년 동안의 기간에 대해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북한이탈주민의 전체 암 발생 위험은 기존 남한 주민보다 약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남성에서 약 31%로 그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암 종류별로 보면 간암, 자궁경부암, 폐암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유방암과 대장암처럼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은 초기에는 낮은 발생률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북한에서의 생활 환경과 보건의료 접근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간암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과 관련이 깊은데 예방접종이나 정기 검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입국 초기 검사에서 확인된 북한이탈주민의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이 남한 인구에서의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 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연구팀은 북한이탈주민 남성에서 폐암 위험이 높은 이유로 흡연율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에서는 남성 흡연이 비교적 흔하고 군 복무 기간 동안 흡연이 습관화되는 경우도 많아 이러한 생활 습관이 장기적인 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유방암과 대장암은 초기에는 낮은 발생률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식습관 변화, 출산 연령 변화, 신체 활동 감소 등 사회·생활 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즉 북한이탈주민의 암 발생 양상은 과거 환경에서 비롯된 감염 관련 암 위험과 이주 이후 생활 방식 변화로 나타나는 암 위험이 동시에 존재해 위험을 이중으로 부담하게되는 구조를 보였다.
홍준식 교수는 "급격한 사회·환경 변화가 질병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하며,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관리뿐 아니라 향후 북한 사회 환경이 변화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암 발생 패턴을 예측하는 데에도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경진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은 과거 환경에서 비롯된 감염 관련 암 위험과 새로운 생활 환경에서 발생하는 생활습관 관련 암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예방접종, 조기검진, 생활습관 관리 등을 함께 추진하는 맞춤형 암 예방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신곤 교수는 "남북한 주민은 같은 유전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환경적 요인에 따라 암 발생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는 북한이탈주민 건강 정책뿐 아니라 향후 한반도 보건의료 체계 준비에도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Persistent and emerging cancer risks after migration: Evidence from North and South Korean cohorts'는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브라이언임팩트, 건강보험연구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Journal of Internal Medicine 3월호에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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