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원래 높은 공을 던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높은 공을 던질 때마다 자꾸 볼 판정이 나서…."
두산 베어스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스스로 진화를 시도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ABS(자동볼판정시스템)를 이미 경험했지만, KBO리그의 ABS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코스로 던지는 공이 볼 판정을 받자 어떻게 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바꿀 수 있을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수정하기로 했다.
시범경기 등판을 모두 마친 결과,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은 듯하다. 플렉센은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2⅓이닝, 21삼진,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했다. 볼넷은 3개. 23일 현재 삼진은 압도적 1위, 평균자책점도 1위다.
지금과 같은 삼진 페이스가 정규시즌까지 유지된다면, 지난해 삼진왕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위협할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 에이스였던 폰세는 252삼진을 기록, 단일 시즌 최다 신기록을 작성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미국에서 실패를 거듭하다 KBO리그로 돌아온 플렉센에게는 의미가 있을 듯하다.
뉴욕 메츠 유망주였던 플렉센은 2020년 처음 두산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로 재도약하는 게 목적이었고, 1시즌 만에 이뤘다. 플렉센은 그해 21경기, 8승4패, 116⅔이닝, 132삼진,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왼쪽 족부 내측 주상골 골절로 2개월 부상 공백이 생기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도 가능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가 단축 시즌을 치르는 등 현지 콘텐츠가 부족해지자 미국 스포츠 방송사 'ESPN'은 KBO리그 경기를 생중계했다. 덕분에 플렉센도 시애틀 매리너스의 레이더에 포착돼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플렉센은 2021년 14승(6패)을 거두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기를 이어 가는 듯했지만, 점점 하향세를 그리다 2023년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2024년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팀이라 불렸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15패(3승)를 떠안았다.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는 불펜으로 기회를 이어 갔지만, 결국 한국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플렉센의 5년 보류권이 풀리기 직전 100만 달러(약 15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직구 구속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에이스를 맡겨도 괜찮은 구위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플렉센은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6구 3안타 1볼넷 5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경기는 0대0 무승부.
플렉센은 직구(32개)와 커터(13개), 커브(12개), 스플리터(8개), 슬라이더(1개)를 섞어 KIA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1㎞, 평균 148㎞로 형성됐다.
플렉센은 "감독님께서 현재 구위는 좋으니 이닝당 공을 3개씩만 줄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부분에 집중하며 투구했는데 오늘(22일)은 야수들의 좋은 수비 덕분에 투구 수를 줄이면서 계획된 5이닝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만족했다.
개막을 앞두고 모든 점검은 마쳤다.
플렉센은 "정규시즌을 앞두고 마지막 피칭이었다. 이제 다가오는 개막까지 컨디션 관리 잘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많은 팬분들께서 반겨주셨다. 시범경기인데도 잠실야구장을 가득 채워 주셔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두산 팬분들의 응원 소리가 놀라웠다. 항상 열정적인 응원보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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