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야구에서 루와 루 사이의 거리는 90피트(27.43m)다.
메이저리그서 가장 빠른 발을 가진 탬파베이 레이스 챈들러 심슨은 올시즌 이 거리를 평균 3.67초에 주파한다. 도루 1위인 워싱턴 내셔널스 나심 누녜즈는 3.71초가 걸리고,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3.94초로 상위 30% 안에 든다.
분명 이 거리라도 달릴 수만 있다면 메이저리그 승격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송성문 이야기다.
그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특별 로스터' 자격으로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샌디에이고는 26~27일 양일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연전을 치렀다.
미국과 캐나다 이외의 지역에서 갖는 '국제 시리즈' 규정에 따라 기존 26인 로스터에 한 명을 추가하는데 27번째 멤버(27th man)로 송성문을 불러올린 것(recalled)이다.
송성문은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에서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3(75타수 22안타), 12타점, 9득점, 9볼넷, 21삼진, OPS 0.689를 기록하고 있었다. 내외야를 고루 볼 수 있는 수비력과 빠른 발을 지녀 27번째 전력으로 손색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했다. 당연히 스타팅은 아니더라도 2경기 중 적어도 한 번은 타석 또는 수비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첫 날 6대4로 이기는 과정에서 선발 라인업 9명을 경기 끝까지 유지했다. 대타, 대수비, 대주자 작전이 전혀 없었다.
둘째 날 기회가 왔다. 샌디에이고는 7-8로 한 점차로 뒤진 8회초 2사후 루이스 캄푸사노가 상대 유격수 송구 실책으로 출루하자 송성문을 대주자로 기용했다. 29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지난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로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송성문입니다. 핀치러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순간인데, 8회 2루에서 잠재적 동점 주자"라고 소개했다.
2루에 발을 얹고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시작한 송성문은 제이크 크로넨워스 타석에서 상대의 폭투로 3루까지 내달렸다. 우완 후안 모리요가 볼카운트 1B2S에서 던진 4구째 93.9마일이 몸쪽으로 원바운드 폭투가 되면서 송성문이 여유있게 진루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크로넨워스가 1루수 땅볼을 치는 바람에 송성문은 홈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진 8회말 수비, 샌디에이고는 앞서 송성문으로 교체된 8번 캄푸사노의 포지션인 포수에 프레디 퍼민을 앉혔다. 대주자 송성문의 8번 타순에 퍼민이 자리한 것이다.
송성문의 데뷔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타석과 수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28일 샌디에이고는 "(멕시코 시리즈 27번째 선수)내야수 송성문을 트리플A 엘파소로 내려보냈다(optioned)"고 발표했다.
예상됐던 일이지만 송성문은 재승격 기약이 없는 마이너리그 시즌을 다시 소화해야 한다. 샌디에이고가 송성문을 영입한 것은 탄탄한 타격 실력과 수비력, 기동력을 모두 갖췄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타격이다. 마이너리그에서 3할 이상의 타율과 0.800 이상의 OPS가 필요하다고 보면 홈런 몇 개 정도는 쳐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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