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최근 중고 무기를 개발도상국에 무상이나 저가로 수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는 일본이 K-방산의 수출 텃밭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군함 분야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수주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일본산 무기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능과 납기 등 경쟁력을 인정받아 온 한국산에 비교해 시장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정기국회에서 중고 무기를 해외 국가에 양도할 수 있도록 자위대법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21일 비전투 목적으로 한정했던 기존 무기 수출 규정을 폐지하고 살상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한 데 이어 자위대가 쓰던 호위함 등 중고 무기나 탄약도 타국에 넘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일본의 중고 무기에 관심을 보여온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우려가 큰 곳은 동남아 함정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다.
한국은 필리핀에는 호세 리잘급(2천600t) 호위함을, 인도네시아에 나가파사급(1천400t) 잠수함을 수출하며 장기간 공을 들여왔는데, 일본이 중고 호위함과 잠수함을 무상 내지는 저가로 제공한다면 상대적으로 국방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 국가로서는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중고·무상 수출분은 당장 국내 조선사의 신조 함정 수주를 직접 대체하지 않더라도 동남아 국가들의 단기 전력 공백을 메우며 발주 시점이나 예산 배분을 일부 늦추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은 과거부터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동남아 국가와 유대관계를 형성해 왔기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퇴역 함정 등 무기가 계속 나오는 만큼 이를 우방국의 전력 공백 완화 지원이나 후속 신조함 수출, 교육·훈련 패키지와 연계하는 등의 전략적 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도 "개발도상국들이 저가 장비 도입에 관심을 보일 경우 일본이 방산 수출의 핵심인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될 수 있다"며 "가성비를 강점으로 내세워 온 국내 방산업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국산 무기는 다수의 실전 배치 경험과 납기 준수 등을 통해 신뢰성을 쌓아 왔기에 일본산 무기가 당장 한국의 방산 수출에 중대한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 할 만큼 성능이 검증된 일본 무기가 없고, 한국이 입증된 기술과 신속 납품 등의 장점을 갖춰 왔기에 더 좋은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일본은 첨단 기술력을 갖춘 나라인 만큼 장기적으로 방산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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