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반전에 또 반전이네.
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반전남'으로 등극할 기세다.
이영하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팀이 4-0으로 앞서던 9회 마운드에 올라 깔끔하게 1이닝을 막아냈다.
4점 차이라 세이브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마무리 투수로 경기를 마무리 한 것과 다름 없었다. 올시즌 KBO리그는 불펜들의 집단 난조로 인해 4점차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많은 감독들이 4점 차이에도 마무리 투수를 투입하고 있고, 두산 김원형 감독 역시 4점 상황 마무리를 올리는 상황이 자주 나올 수 있다고 공언했었다.
두산은 마무리 김택연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새롭게 필승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었고, 김 감독은 제구는 조금 불안하지만 150km 초중반대 압도적인 공을 뿌리는 이영하를 새 마무리로 전격 낙점했다.
사실 마무리로 쉽게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영하는 올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총액 52억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수년간 불펜으로만 활약하고, 성적도 압도적이지 않았던 투수에게 많은 팀들이 관심을 드러냈고, 결국 52억원이라는 반전 대박을 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반전 시나리오는 선발 복귀였다. 투수 전문가 김 감독은 2019년 17승을 따낸 경력이 있는 이영하가 선발진에서 버텨주면, 그게 불펜 과부하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봤다. 일찍부터 이영하를 선발로 점찍고 비시즌 준비를 시켰다. 이영하도 계약에도, 보직에도 만족하며 열심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원하는대로만 풀리지 않았다. 호주 1차 스프링캠프에서 엄청난 페이스를 보였지만, 자체 연습경기와 일본 미야자키 2차 실전 캠프에서의 경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흔들렸다. 자신감이 떨어졌는지, 밸런스가 무너졌는지 직구 제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믿고 기회를 주던 김 감독도 개막 엔트리 작성을 앞두고 눈을 질끈 감았다. 충격의 개막 엔트리 제외.
그 다음도 변수의 연속이었다. 에이스 플렉센의 부상 이탈로 어렵게 선발 기회를 잡았다. 15일 SSG 랜더스전 3이닝 3실점을 했지만, 나름 괜찮은 구위와 로케이션으로 김 감독에게 안도감을 심어줬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플렉센 대체 선수 벤자민이 왔다. 김 감독은 벤자민 등장에 이영하를 필승조로 돌리는 파격수를 선택했다. 구상했던 불펜 시나리오가 망가진 것도 있었고, 이영하의 싱싱한 구위를 그냥 두기도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반전. 26일 LG 트윈스전이었다. 벤자민이 7이닝 역투를 펼쳤다. 이날 뒤에서 던질 필승조들이 마땅치 않았다. 김 감독은 연장 10회까지 이영하를 3이닝 쓰는 초강수로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여기서 김 감독도, 이영하도 완전하게 자신감을 얻었다. 그 타이밍에 필승조 재편 작업이 완성돼야 했고, 김 감독은 또 한 번 이영하 카드를 가지고 마무리라는 묘수를 발휘해냈다.
과연 마무리 이영하가 김택연이 빠진 위기의 두산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52억원 몸값은 충분히 하는 게 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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