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메츠 시절 두 차례 사이영상을 받아낸 텍사스 레인저스 제이콥 디그롬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디그롬은 11일(이하 한국시각)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빼앗으며 3안타 무실점으로 눈부신 피칭을 펼쳤다. 텍사스는 3대0으로 승리했다.
디그롬은 올시즌 8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했다. 44⅔이닝을 던져 33안타와 8볼넷을 허용해 WHIP 0.92, 피안타율 0.199.
AL에서 평균자책점 8위, 탈삼진 5위, WHIP 2위, 피안타율 6위다. 특히 볼넷 대비 탈삼진율이 7.13으로 양 리그를 합쳐 2위에 올라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아 최소 3개월 결장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태릭 스쿠벌(7.50)이 이 부문 1위인데, 사실상 디그롬이 1위라는 소리다.
메츠에서 사이영상을 받았던 2018년과 2019년 기량을 완전히 되찾았다. 토미존 서저리에서 돌아온 작년 30경기에서 172⅔이닝, 평균자책점 2.97을 올리며 이미 부활을 알린 바 있다. 올해 더욱 강해지고 안정화됐다.
투구수는 94개, 4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44개를 던진 직구 스피드는 최고 98.3마일(158.2㎞), 평균 97.2마일을 나타내 시즌 평균과 비슷했다. 또한 컵스 타자들이 내민 51개의 스윙 중 절반에 가까운 23개가 헛스윙이었다. 변화구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헛스윙 유도 비율 역시 45%(22개 중 11개 헛스윙)에 달했다.
디그롬은 3회까지 9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4회초 선두 니코 호너에 좌측 2루타를 맞았으나, 후속 세 타자를 잠재웠다. 5회를 다시 삼자범퇴로 막은 디그롬은 6회와 7회를 각각 1안타 무실점으로 요리했다.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은 "잘 던지더라.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타자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는 실수가 없더라. 우리 좌타자들에게조차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그의 직구는 높은 코스로 들어오면 치기 정말 어렵다. 좋은 구위를 가졌고, 두 구종은 실수가 없다"며 극찬했다.
올시즌 자신의 최다 투구이닝 경기였다. 특히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최강 전력을 과시 중인 컵스를 2연패로 몰아넣었다. 2023년 텍사스로 온 뒤로 러버 게임(rubber game·시리즈 위닝을 결정짓는 최종전)에 6차례 선발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1.22를 마크, 큰 게임에 강한 모습도 확인했다.
디그롬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른 시점에 통산 1900탈삼진 고지도 밟았다. 1회초 스즈키 세이야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1900호 탈삼진을 찍은 것이다. 2014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통산 256경기, 1577이닝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1900탈삼진 최소 경기 기록은 랜디 존슨의 252경기, 최소 이닝 기록은 크리스 세일의 1560⅓이닝이다.
현역 투수 중에서는 9번째로 해당 고지에 올랐다.
경기 후 디그롬은 "매일 이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어릴 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유일한 꿈이었다. 지금도 꿈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먹는 일"이라며 "기록을 세울 수 있었으니 운이 매우 좋은 것이다. 계속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두 자릿수 탈삼진은 통산 63번째이며, 볼넷 없이 10탈삼진 이상은 10번째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6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6⅓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7안타를 맞고 6실점한 것은 릴리스 때 나오는 팔의 각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좀 높이면서 이날 호투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직구-슬라이더 배합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디그롬은 다음 달이면 38세가 된다.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자체가 그의 의지와 열정을 말해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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