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좋은 투수를 어떻게든 살려서 가는 게 팀에 좋다. (이)의리가 잘 던지게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참고 또 참았다. 좌완 에이스 이의리가 어떻게 하면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이동걸 투수코치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결국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의리가 어느 한 순간,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이의리는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95구 4안타(1홈런) 3볼넷 6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KIA는 3연승을 마감하고 삼성에 2대5로 패했고, 이의리는 시즌 5패(1승)째를 떠안았다.
이날 삼성전은 이의리의 진짜 마지막 시험대였다. 이 감독은 이의리가 지난 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1⅔이닝 5실점, 1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2⅔이닝 4실점 부진에도 2군에 내려보내지 않았다. 당장 이의리를 대체할 선발투수가 2군에 있었다면 일찍 결단을 내렸겠지만, 당장은 없었다. 이의리가 살아나는 게 KIA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이의리는 이날 패전을 떠안았음에도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범호 감독은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 온 이의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줬고, 손승락 수석코치도 미소로 이의리를 환대했다. 까다로운 삼성 타선을 상대로 충분히 제 몫을 다 했다는 의미였다. 이의리를 살리기 위해 분투했던 모두의 마음이 통한 순간이었다.
이의리는 1회 2사 후 구자욱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실투로 보기는 어려웠다. 몸쪽 깊이 던진 직구를 구자욱이 잘 받아쳤다. 3회 2사 3루에서 구자욱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은 아쉬웠다. 앞서 홈런을 맞았으니 어렵게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2사 1, 3루에서 르윈 디아즈에게 2루수 왼쪽 내야안타를 맞아 한 점을 더 내줬다.
이의리는 2-2로 맞선 6회 1사 후 박승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한재승과 교체됐다. 한재승이 2사 후 이재현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는 바람에 이의리의 실점이 3으로 불어나고, 패전까지 떠안았으나 모처럼 상대 타선과 제대로 승부하는 느낌을 준 경기였다.
이 감독은 이의리에게 삼성전까지 한번 더 기회를 주면서 "본인도 나도 투수코치도 팬분들도 만족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의리가 로테이션에서 잘 던져줘야만 한다. 우리가 (2군에) 내리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좋은 투수를 어떻게든 살려서 가는 게 팀에 좋다. 의리가 잘 던지게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잘 던져주길 바라고 있다. 삼성전까지 지켜보고 의리가 잘 던져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지금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의리는 모처럼 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기사회생이다. 이의리는 삼성전에서 얻은 자신감을 반등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동걸 코치의 표현을 빌려 이의리는 "KIA 타이거즈 멱살을 잡고 끌고 가야 될 선수"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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