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역시 난공불락이다. 1988년 LA 다저스 오렐 허샤이저가 세운 '59이닝 연속 무실점'이 다시 안전해졌다.
이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던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레이스 선두주자가 멈춰섰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완 에이스 크리스토퍼 산체스가 시즌 7승에 성공했다. 산체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7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고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26타자를 상대로 84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 1개를 내주고 삼진 8개를 잡아냈다. 36개를 던진 싱커 스피드는 최고 97.7마일, 평균 96.1마일로 시즌 평균보다 1.1마일이 빨랐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48%(23스윙 중 11헛스윙)의 헛스윙 비율을 나타냈다.
지난 5월 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더블헤더 1차전 2회부터 이어온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이 50⅔이닝에서 중단됐다. 이는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거리가 60피트6인치(18m44)로 자리잡은 1893년 이후 해당 부문 역대 5번째로 긴 기록으로 1위인 허샤이저의 기록을 8⅓이닝을 남기고 주저앉은 셈이다.
6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펼친 산체스는 1-0으로 앞선 7회초 선두 개빈 시츠를 헛스윙 삼진, 잰더 보가츠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쉽게 막는 듯했다.
그러나 타이 프랜스에 좌측 2루타를 내주며 위기에 몰리더니 잭슨 메릴에 95.8마일 싱커를 몸쪽으로 던지다 2-3루간을 흐르는 적시타를 얻어맞고 1-1 동점을 허용했다. 5월 1일 샌프란시스코전 1회초 케이시 슈미트에 좌전적시타를 내준 뒤 34일 만에 실점이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장면이 이어졌다. 산체스가 적시타를 내주고 고개를 숙이자 4만453명의 필라델피아 홈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요란하게 박수를 치며 그를 격려했다. 더그아웃 동료들도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양상을 보이자 다음 타자 제이스 보웬을 상대로 투구 준비에 들어가던 산체스는 투구판에서 발을 빼고 활짝 웃어 보였다.
돈 매팅리 필라델피아 감독대행은 경기 전 "이런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을 자주 볼 수는 없다. 필리스 역사에서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고, 전체 역사를 봐도 흔치 않다. 내가 이보다 더 좋은 투구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산체스는 지난달 5경기에서 39이닝을 던져 4승, 평균자책점 '제로', 45탈삼진을 마크하며 NL '5월의 투수'로 선정됐다. 밀워키 브루어스 제이콥 미저라우스키(6경기 38⅓이닝 0.23 ERA, 57K)도 손색없은 후보였지만, 연속 이닝 무실점 아성을 넘을 수는 없었다. 필라델피아 투수가 이 달의 투수로 선정된 것은 작년 6월 잭 휠러 이후 11개월 만이다.
그렇다고 산체스의 사이영상 수상 위치가 굳건해진 것은 아니다. 그는 양 리그를 합쳐 평균자책점 1위의 자리를 지켰다. NL에서는 다승 공동 3위, 투구이닝(86⅓이닝) 1위, 탈삼진(103개) 2위, WHIP(1.09) 11위, 피안타율(0.234) 19위에 랭크됐다.
또 다른 NL 사이영상 후보인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도 이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쳐 산체스, 미저라우스키와의 경쟁은 뜨거워졌다고 볼 수 있다. 오타니는 평균자책점을 0.82에서 0.74로 낮추며 압도적인 0점대의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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