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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혁과 이현석, 우리도 주인공이다!
또 하나는 디온테 버튼 수비다. 버튼은 5차전 28득점했다. 하지만 이는 DB가 아닌 SK에 성공 요소였다. 문 감독은 "20점 중반대 정도로만 득점을 묶으면 우리가 앞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버튼은 1차전 38득점, 2차전 39득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이 줄어든 것도 중요하지만, 버튼의 활동 반경에 제한되며 버튼에서 파생되는 공격도 줄어들었다. DB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여기에 앞장서고 있는 선수가 바로 가드 최원혁이다. 최원혁은 1m83의 단신 가드다. 하지만 대인방어 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격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도, 문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 그를 믿고 기용하는 이유다. 최원혁은 3차전부터 다른 곳은 쳐다도 보지 않고 버튼만 따라다녔다. 버튼이 질릴 정도로 잘 따라다녔다. 그의 투지는 10cm 키 차이도 극복하게 했다. SK 승리에는 많은 득점을 하는 외국인 선수들, 그리고 간판스타 김선형 등이 주역으로 인정받았지만, 아마 팀 내부적으로는 최원혁의 공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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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2014년 SK에 입단한 동갑내기 친구다. 프로에 입단 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금세 코트를 떠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데, 이들은 스타 군단 SK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계속 활약중이다. 주전급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문 감독이 이 선수들의 장점을 알아보고 특화시켜 키워낸 결과다. 문 감독은 매 시즌 해외 전지훈련에서 두 사람을 중용했고, 경기에도 꾸준히 출전시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수비만 죽어라 하고, 화려한 플레이도 하지 못해 아쉬울 수 있겠다. 올해 신인 안영준에 대해 수비와 리바운드만 신경쓰게 하는 문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의문 부호를 제기하는 얘기들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생존 자체가 힘든 프로 세계에서 그렇게 1군 선수로 더 오래 활약할 수 있음에 감독과 선수 모두 서로 윈-윈 될 수도 있다. 최원혁과 이현석이 자신을 키워준 문 감독에 확실한 보답을 했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해피엔딩이 되려면 SK가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