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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결산] ②유재학의 '하드콜', 취지 좋지만…운영 더 정비해야

기사입력 2025-05-19 07:55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KBL-미디어 소통간담회에서 몸싸움에 관대한 판정을 일컫는 '하드 콜' 등 심판 판정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19 uwg806@yna.co.kr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9일 경기도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수원 KT 소닉붐과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KT 허훈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25.4.29 xanadu@yna.co.kr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4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한국 오재현(SK)이 호주 미첼 노튼(왼쪽), 크리스토퍼 골딩의 수비에 가로막히고 있다. 2024.11.24 andphotodo@yna.co.kr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9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 창원 LG 조상현 감독이 심판과 대화하고 있다. 2025.5.9 image@yna.co.kr
공격수 불만·수비수는 반색…KBL '하드콜 첫 시즌' 시행착오 줄일 분석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지난 17일 창원 LG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팬과 관계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하드 콜'이었다.

하드 콜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취임한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이 새 시즌 판정 기준으로 천명한 용어다.

한국 농구가 국제 흐름에서 탈선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몸싸움을 관대하게 허용하자는 게 유 본부장의 구상이었다.

올 시즌에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볼 핸들러를 발로만 따라가지 않고, 팔을 상대 몸에 붙여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지난 시즌까지 판정 기준대로라면 이런 수비는 반칙이었다.

하지만 심판들은 휘슬을 불지 않고 참았다. 공중 동작 중 신체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반칙 여부를 한층 엄격한 기준으로 판정했다.

하드 콜 시행 후 농구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공을 오래 소유하며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들은 초반부터 불만의 소리를 내왔다.

수원 kt의 에이스 허훈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골대로 돌파할 때 핸드 체킹이 깊게 들어오고, 몸싸움을 심하게 하는데 이런 걸 하드 콜의 기준으로 삼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허훈은 지난해 11월 안양 정관장전 막판 골 밑 돌파 중 반칙이 선언되지 않자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경기가 끝난 뒤 광고판을 걷어차 재정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공격수와 달리 허훈과 같은 주포들을 묶어야 하는 전담 수비수들은 관대해진 몸싸움을 반겼다.

SK의 오재현은 지난해 11월 취재진에 "수비를 거칠게 하는 입장에서는 유리해진 것"이라며 "작년에는 툭하면 다 (파울이) 불려버려 웨이트 트레이닝을 왜 하나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호주와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4차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거친 수비를 마주한 호주의 제이컵 챈스 감독은 "FIBA가 이렇게 터프한 판정을 유지하는 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하드 콜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관심사에서 벗어났다. 예상치 못한 부정적 효과가 코트를 메웠기 때문이다.

몸싸움이 너무 심해져 선수들이 농구 경기보다 신체적 충돌 그 자체에 매몰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3월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안양 정관장의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몸싸움이 이어지는데도 반칙 판정이 나오지 않자, 신경전이 과열됐다.

다음 날 수원 kt와 경기가 끝난 뒤 고양 소노의 외국 선수 디제이 번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가 빠진 얼굴과 피가 묻은 유니폼 사진을 올리며 '파울이 아니라니'라고 쓰기도 했다.

코트 안팎에서 불만이 쌓이는 가운데 플레이오프(PO)에서 기본적인 판정 실수가 몇 차례 겹치자 진행을 맡은 KBL 경기본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6강 PO에서는 수원 kt의 아시아 쿼터 선수 조엘 카굴랑안이 몸통으로 상대와 강하게 부딪치는 수비를 상습적으로 보여줬는데도 '정상 수비'로 인정되면서 팬들의 의구심이 커졌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가드들이 선을 넘나드는 이런 수비에 고전한 가운데 하프코트 8초 바이얼레이션 오심이 6강 PO 탈락팀 한국가스공사에 불리한 쪽으로 작용하면서 KBL을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사실 KBL은 올 시즌 여느 때보다 경기 진행에 공을 들였다.

심판을 상대로 체력 훈련을 진행했고, 지난 2월에는 유 본부장을 비롯한 경기본부 직원들이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을 견학하기도 했다.

PO에서는 정규리그에서 평가가 낮았던 심판들을 아예 배제하는 등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을 세우려는 노력도 했다.

하지만 유 본부장을 위시한 KBL 경기본부가 논란을 딛고 하드 콜의 긍정적 면모를 회복하려면 판정 시스템 전반을 더 정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드 콜로 선수, 감독의 항의가 잦아지면서 현장에서 비디오 판독(VAR)으로 매번 이를 분별해야 하는 심판들의 부담도 가중됐다.

유 본부장은 오심 시 징계를 약속했으나 심판이 23명뿐인 사정상 주요 심판이 징계로 이탈하면 공백이 작지 않다.

인력 풀이 좁고, NBA처럼 VAR 센터를 가동할 수도 없는 KBL의 현실에 맞게 판정과 심판 운영 시스템 전반을 손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KBL로서는 시행착오가 가득했던 '하드 콜 첫 시즌'을 면밀히 분석해 더욱 정교하고 안정적인 진행 방식을 내놓아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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