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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매번 따지는 '경우의 수', 전국체전 막 오른 中 도움 기대 불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8-29 19:41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세 차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축구는 압도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낸 적이 없었다. 2006년에는 2위(3승1무2패·승점 10)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2010년에 그나마 1위(4승4무·승점 16)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2010년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첫 경기를 북한과 1대1로 비긴 뒤 아랍에미리트(UAE)를 4대1로 꺾긴 했지만 이란과 또 다시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후에도 북한을 1대0으로 이겼지만 사우디, 이란과의 홈 2연전에서 비기면서 경기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었다. 2014년에는 하마터면 자동 진출이 좌절될 뻔했다. 2차예선에서 감독이 교체된 가운데 최종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1골 앞서 가까스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매 대회마다 '경우의 수'를 따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시점에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이번에도 한국의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협하고 있는 팀은 우즈베키스탄이다. 두 경기를 앞두고 이란(승점 20)이 본선행을 조기확정한 가운데 한국(승점 13)과 우즈벡(승점 12)이 승점 1점차로 월드컵 직행의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태용호가 이란을 꺾게 되면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우즈벡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에 더 최상의 시나리오는 31일 우즈벡이 중국에 패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자동적으로 본선행을 확정 짓게 된다.

그러나 한국이 이란과 이기지 못하면 우즈벡과의 단두대 매치는 불가피 해진다. 부담스러운 우즈벡 원정에서 본선행을 놓고 결판을 내야 한다.


우즈벡 A대표팀 사진캡처=우즈벡 축구협회 홈페이지
한국도 필사적이지만 우즈벡도 사활을 걸고 있다. 최종명단에서부터 결연함이 느껴진다. 27명을 발탁했는데 오딜 아흐메도프(상하이 상강), 비탈리 데니소프(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사르도르 라시도프(엘 자이시), 아지즈벡 하이다로프(알 샤밥) 등 해외파 10명을 소집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원정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마랏 비크마에프(로코모티브 타슈켄트)도 이름을 올렸다.

우즈벡은 신태용호보다 빠르게 조기소집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했다. 지난달 자국 리그 휴식기에 국내 선수들을 중심으로 1주일간 전지훈련을 펼쳤다. 화력 점검도 마쳤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에는 키르기스탄을 불러들여 5골을 폭발시켰다. 사르도르 라시도프, 이고르 세르게예프, 사르도르 미르자예프, 자롤리딘 마사리포프, 알렉산드르 게인리흐가 골맛을 봤다.

우즈벡은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행을 꿈꾸고 있다. 1930년부터 1990년까지 '구 소련'에 소속돼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1991년 독립한 뒤에는 우즈벡이란 이름으로 월드컵에 나선 적이 없다. 그러나 4년 전 아픔을 딛고 다시 기회를 잡은 샴벨 바바얀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남은 두 경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 중국과 한국을 꺾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우리의 목표다. 우리에겐 아직 월드컵 본선행의 기회가 있다"라며 희망을 품었다.

반면 중국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결사가 부족해 보인다. 마르셀로 리피 중국대표팀 감독의 한숨이 현 상황을 대변한다. "공격 옵션이 부족하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영입한 부메랑을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절감하고 있다.


중국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은 또 있다. 중국 체육계 특성상 정치적 의미가 큰 전국체전이 27일 막을 올렸다. 중국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중국 체육계는 각 성간의 올림픽 격인 전국체전 성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기자들도 우즈벡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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