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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아노로 그리는 초상화 '페르소나' 발표한 미녀 피아니스트 안라라

김준석 기자

기사입력 2017-08-31 17:10



'열일' 이라는 단어가 알려진 요즘, 그 말에 아주 잘어울리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안라라 그 주인공이다.

데뷔한 지 이제 1년이 갓 넘은 신출내기 아티스트는 2집 <페.르.소.나> 발매기념의 일환으로 대규모 연주홀에서의 공연과 여러장소에서의 콘서트를 준비하고, 가을을 노래하는 또다른 공연 준비로 매우 분주하다. 연주준비 때문인지 몹시 상기되어있는 그녀를 재즈피안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9월과 10월에 연이어 공연이 잡혀 계신데, 9월의 페르소나 콘서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주도와 서울, 하남 세 곳에서 공연이 있어요. 페르소나 앨범이 디지털싱글 5개로 나누어져서 12월에 마지막곡이 발표될 예정인데, CD앨범이 9월 5일에 발매되거든요. 쇼케이스겸 해서 함께 녹음한 뉴욕친구들을 초청했어요. 음원은 온라인상에서는 아직 4곡이 미공개인 상태죠. 그러니까 콘서트와 오프라인앨범으로 네 곡을 선공개하는 셈이지요."

-안라라씨를 검색해보면 천재피아니스트, 미녀 재즈피아니스트 등의 수식어가 붙는데, 피아니스트라는 단어 앞에 붙는 말들이 부담스러우실 것 같기도 한데요.

"아니에요. 기분이 정말 좋죠. 미녀라... 듣기좋아서 그냥 있어요. 연예인들이 가끔 대응않고 가만히 있는 이유를 알겠어요.(웃음) 이쁘다는데, 왜 좋지 않겠어요?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한 피아니스트 허비행콕이 "우리집에 와서 내가 몇시간동안 연습하는 지 보게되면 절대로 나를 천재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잖아요.

그 분은 본인의 천재성을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사실 그렇게 오랜 시간 연습하는 자체가 천재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습의 총량이 얼마인지를 말할 수 없거든요.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재즈피아니스트라는 단어도 사실 제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정확한 사실은 '안라라' 라는 사람은 재즈학교를 나온 '피아노치는 여인네' 라는 것입니다. 영어로 하면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것이 맞지만, 피아니스트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거든요. 재즈도 같은 맥락이죠. 제가 듣기에 제 곡들은 재즈의 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안라라 음악이죠.


하지만, 제가 할 수 없는 그 분들의 연주를 들으며 자격지심에 빠지지는 않아요. 그냥 그것이 아름답다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그리고 그런 귀를 가지게 되었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감사하죠.

사실 처음 재즈에 입문했을 때, 빌에반스(재즈피아니스트)의 위대함을 전혀 몰랐거든요. 몸의 구조와 자라온 시간, 공간, 경험한 삶, 연습의 강도, 협연한 뮤지션이 다른데 어떻게 그분들과 같은 연주를 할 수 있겠어요. 또한, 그 분들은 진정한 '천재' 시구요. 재즈가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연주속에서 자유로움을 얻으려면 자유를 잃어야해요. 제가 말씀드리는 자유는 생각하시는 것과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죠. 저는 저의 자유안에서 제 심장박동수에 맞춰 연주해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자유말구요.

태어날 때부터 겪어온 삶과 저만의 감성, 그 모든 것이 4분 혹은 5분정도의 짧은 시간안에 담아지잖아요. 어쩌면 재즈음악이 그런 것일 수 있겠네요. 자신의 긴 인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재미있어요. 2집 작업할 때 정말 행복했던 이유가 그것이었죠. 제 심장박동수를 정확하게 알고있는 친구들과 작업했다는 사실말이에요"

-그래서 그분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시게 되었나요?

"네, 그렇기도 하고, 그냥 단순하게 그들의 연주를 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앙상블을 이루는 작업에서는 그 팀이 인간적으로 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잘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고, 굳이 물으신다면 뮤지션 자신이 즐거우면 잘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악은 아름다운 것이니까 그 과정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음악을 담는 그릇인 사람의 본질 역시 아름다워야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거든요. 그 사람이 다 드러나지요.

그래서...아름다운 음악인이 되고 싶어서 가능한 한 음악에 대한 저의 철학을 존중해주는 분들을 잃지 않으려고 하죠.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로 힘들기도 하지만, 완벽하진 않아도 '신났다! 신나게 했다' 라는 느낌만 들어도 그 날 저는 잘한거에요. 음악은 토론이 아니에요. 경쟁은 더더욱 아니지요. 함께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분들과 또 만나고 싶어요."

-공연제목이나 곡명들을 보면 작명에 탁월한 소질을 보이시는데, 어떻게 만드시나요?

"너무 거창하거나 관념적으로 만들지 않으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어렵다 라고 말씀하시는 몇 분들을 뵈었는데, 저는 연주곡 제목이 추상적이면 싫어요. 너무 당연한 것도 매력이 없구요. 어렵네요. (웃음) 제목만으로 유추해내는 과정을 대중분들께 보물처럼 숨겨놓고 싶어요.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숨기듯이요. 무엇을 노래하는 지 적당히 아실 수는 있도록 장치를 해두죠. 저는 음악이 감동이나 힐링 이런 차원으로 넘어가기전에 즐겁고 재미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어려울 것만 같은 클래식도 제 귀에 재미있는 곡들을 많이 들었어요. 콘체르토라고 해도 미동없이 완곡을 정주행하여 감상했다면 정말 재미있는 음악인 것이죠. 제게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쳐주신 멘토가 계신데, 저희 오빠에요. 같은 협주곡,교향곡 클래식 앨범을 몇장씩 소장하고 계셨거든요. "오빠는 왜 같은 음반을 그렇게 많이 사? " 라고 물었더니, "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따라서 다 다른 음악이야" 라고 말씀하셨어요. 중학생이던 저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깊은 깨달음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클래식이건 재즈건 같은 곡들을 서로 다른 연주자가 공연한 것 혹은 레코딩을 찾아 듣는 취미가 생겼어요. 재미있어요. 더 멋진 표현을 쓰고 싶은데 어휘력에 한계가 있네요.(웃음) 그냥 '재미있다'라는 말이 저로서는 최고의 극찬이에요."

-2집은 1집보다 대중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이 많은데 의도하신건가요?

"제 안에 새로운 것은 없어요. 그냥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놓는 중이죠. 대중적이라고 말씀해주실 때 참 좋아요. 저도 한명의 대중이구요. 하지만 이지리스닝으로 들려도 제 곡은 제가 제일 잘쳐요. 왜냐하면 아무도 안치니까요."

-작년부터의 공연을 보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데...

"저는 항상 장소를 섭외해서 콘서트 형식으로 해오고 있어요. 그런 부분이 적극적일 수도 있겠네요. 세팅된 무대가 아닌 곳을 구축하는 일부터 할 때도 많으니까요. 귀국할 때 생각도 그것이었구요. 적극적으로 해야지요. 제가 가만히 있으면 제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음악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행복이에요. 저를 포함한 아주 많은 사람들의 행복. 제 인생의 목적은 음악이 아니에요. 저의 목적을 위해 음악이 도와주고 있죠. 포기를 밥먹듯이 하던 제가 아직 이 길을 걷고 있다면 맞는 길로 가고있는 것이겠죠. 참 감사해요. 생각해보니 음악때문에 힘든 줄 알았는데, 다 다른 이유였어요. 그래서 어려운 시기가 지난 후엔 기억력 상실로 또 어떠한 일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죠.기억력이 소름끼치도록 좋다고 소문난 제가 말이죠.(웃음)

빨리 이루거나 늦게 이루거나, 가끔 화가 나거나 지치거나 그런 차이가 있을 뿐 주춤주춤 나아가긴 하고 있어요."

음악과 사진으로만 접하던 그녀를 실제 만나 대화를 나누어보니, 명랑하고 유쾌한 뮤지션이라는 생각보다는 음악에 대한 고집이 어마어마한 아티스트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다. 자신은 부인하지만, 재즈피아니스트임이 확실하다. 본인이 이야기한 재즈의 정의에 그녀는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리고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결국 듣지 못했으나 이루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라라의 2집 발매기념 '페르소나'콘서트는 9월9일 제주를 시작으로 9월14일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검단홀에서 종료된다.

티켓구매는 인터파크티켓 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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