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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금융당국 새 수장들이 잇달아 '생산적 금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중소·벤처기업 등으로 자본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2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시장엔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22년 9월 68조원대에서 올해 1분기 45조원대로, 2년 반 만에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호금융권 등을 포함한 2금융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규모 자체는 소폭 늘었지만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2022년 3분기에는 30%를 웃돌았는데 올해는 1%대 안팎으로 떨어졌다.
반면 시중은행은 같은 기간 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기업대출 위축에는 PF 부실 대출의 여파가 크다.
주로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PF 대출 잔액을 대폭 줄이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다른 기업대출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2년 넘게 뒷걸음질을 쳤다.
저축은행업권은 최대 26조원대였던 PF 대출 잔액이 최근에는 10조원대로 줄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생산적 금융'으로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2금융권에서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취임식에서 "모험자본 공급펀드, 중소기업 상생지수 도입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금융권의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금융 자본이 기업 활동 등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 들어가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했다.
같은 날 첫 출근길에 나선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부동산과 예금대출 위주의 자본 흐름을 바꾸는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금융권 기관들이 지닌 기업 대출 심사 역량의 한계 등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꼽힌다.
지난 달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상호금융권 중소기업대출의 96.5%, 저축은행 중소기업대출의 86.4%가 담보대출이었다.
담보대출 안에서도 부동산 담보 대출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기업의 신용도나 역량을 평가해 대출이 이뤄지는 생산적 금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재무제표 분석 등 기업 평가 인력과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2금융권은 인적·물적 역량이 부족하다"며 "결국 담보 대출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권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는 정책기관의 대출 보증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재무제표가 아직 없거나 영세한 자영업자, 소기업은 보증 없이 대출이 어렵다"면서 "은행 중심인 정책기관의 대출 보증을 2금융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업권도 아직 PF 부실 대출 여파로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생산적 금융보다는 기존 주력 사업인 서민층 가계대출에 힘을 싣고 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업권 특성상 기업 금융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업계와 잘 맞지 않는 PF 등 기업대출을 확대하다가 크게 탈이 난 셈이다. 본연의 업무인 가계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그마저도 막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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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