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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나

기사입력 2025-08-18 08:04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작 이승연]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지난달 21일 밤 서울 시내 한 아파트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온도가 높은 곳은 붉게, 낮은 곳은 푸르게 표시돼 있다. 2025.8.18 d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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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월 서울 지하철 냉난방 민원 월평균 11만건

"심각하게 너무 덥다" vs "냉골 같아 죽을 것 같다"

사무실서도 '에어컨 눈치싸움'…"기후위기에 냉방병은 사치"

개인별 '체감 온도' 달라…정부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는 26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사무실 에어컨 아래에 앉은 사람이 부럽다. 난 손부채랑 종이로 연명 중."(스레드 이용자 'chae***')

"지하철이 너무 추워서 역에 설 때마다 문으로 들어오는 더운 바람이 이불처럼 느껴진다."(스레드 이용자 'ohn***')

폭염이 이어지며 대중교통 및 사무실에서 에어컨이 온종일 가동되는 가운데 내부 온도를 두고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더위에 허덕이며 힘겨움을 토로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추위에 떨며 한여름에 경량 패딩과 담요를 덮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김경우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별, 나이, 질병 여부, 기초대사, 피하지방의 양 등에 따라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달라 체감하는 온도가 다를 수 있다"며 "에어컨 바람의 방향, 벽의 위치, 습도 등 주위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월 열차 내 냉난방 관련 민원 건수는 50만5천148건으로, 전체 불편 민원(63만4천여건)의 80%를 차지했다.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5월부터 관련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 3월 4만여건에 불과했던 냉난방 민원은 5월 12만568건으로 2.7배 수준이 됐다.

지난 5∼7월 석 달간 냉난방 민원은 월평균 11만3천914건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 석 달간 월평균치(2만1천763건)의 5배 수준이었다.

냉난방 관련 민원 중 대부분은 '덥다'는 내용이었다. 1∼7월 전체 냉난방 민원 중 93%(47만2천199건)가 더위를 호소하는 민원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덥다는 민원이 월등히 많지만, 같은 열차 같은 칸 안에서 상반된 민원이 동시에 발생해 직원들이 난처해지는 상황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와 문자로 접수된 불편 민원 사례로는 "기관사 혼자 시원하면 된건가요? (에어컨) 안 틀면 비상제동 땡길거에요"(7월 31일), "실내온도 체크 안해요? 그따위로 일할거면 다 사직서 쓰세요. 세금 받지 말고"(7월 26일), "승객들 추워죽겠습니다. 에너지가 아깝잖아요"(6월 9일) 등이 있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지하철 냉난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스레드 이용자 'a._***'은 "지하철은 정말 냉골 같아서 죽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 또 있나"라고 했고,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boo***'도 "지하철 에어컨이 너무 세다. 이빨 덜덜 떨면서 가는 중"이라고 남겼다.

반면 스레드 이용자 'e_***'은 "추우면 긴팔을 챙기든지 다른 대중교통을 타자"고 했고, 'hey***'은 "지하철 안이 심각하게 너무 더운데 에어컨 가동 규정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썼다.

공사는 객실 내 개별 온도센서에 의해 일정한 온도로 냉난방을 자동 조절하고 있다. 열차 내 냉방 온도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일반칸은 24도, 약냉방칸은 25도로 설정된다.

직장 사무실에서도 '에어컨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이은서(30) 씨는 "사무실에서 성별을 가리지 않고 경량 패딩, 플리스를 입거나 털 담요를 덮는다"며 "여름철 없으면 안 되는 필수 아이템"이라고 했다.

스레드 이용자 'bin***'은 "사무실 에어컨 전쟁 중. 온도 1도 올리면 누군가 눈빛 날림"이라고 했고, 'myf***'도 "올해도 어김없이 에어컨 온도 내리려는 자와 여름에도 담요를 덮어야 하는 자의 숨 막히는 눈치싸움이 시작됐다"고 남겼다.

상사가 에어컨 주도권을 갖고 있어 고통받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레드 이용자 'dan****'은 "관리이사님이 춥다고 에어컨 끄고 창문을 열었다는데"라고, 'hye***'도 "막내인 게 죄인가. 사무실 언니들은 세게 틀어야 시원하다는데"라고 썼다.

일본에는 이와 같은 상황을 일컫는 '에어하라'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에어컨과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 '허래스먼트'(harassment)를 결합한 것으로, 상사가 에어컨 온도 설정을 주도해 아랫사람이 힘들어한다는 뜻을 담았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더위를 많이 느끼는 사람에게 온도를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지만, 기후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 만큼 에어컨을 세게 가동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33) 씨는 "에어컨에 익숙해진 나머지 실내는 조금도 더워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서큘레이터, 선풍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에어컨 적정온도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레드 이용자 '1mm***'도 "생각해보면 냉방병이란 너무 사치스러운 병"이라며 "기후변화로 동물들이 멸종된다는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워하면 뭐 하나"라고 했다.

같은 온도여도 개인마다 체감하는 수준은 다를 수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아이보다 노인이 추위를 더 잘 느끼는 경향이 있지만 이 또한 신체 조건에 따른 것이다.

오상우 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많을수록 피부가 얇아지고 근육량이 줄어들어 추위에 약하고, 남성의 기초대사가 여성보다 높아 추위를 덜 탈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나이와 성별이 같더라도 신체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고 말했다.

에어컨 온도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거나 장시간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는 경우 냉방병에 걸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가 과도하게 벌어질 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등 증상을 동반한다.

김 교수는 "이 요소들을 고려해 적정 체온을 유지하고, 밀폐된 환경에서 호흡기 감염병의 전파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실내 공기 질 관리 및 에어컨 청소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여름 실내 적정온도를 26도로 권장한다.

공단 관계자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여름 실내 적정온도는 28도지만 폭염이 이어지는 환경, 신체의 면역력 및 쾌적함, 에너지 절약 등을 고려해 26도를 적정온도로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inkit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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