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팀 오리온스의 반란, 그 속에는 빛나는 '조연' 조상현이 있다.
오리온스 조상현은 철저한 조연이다. 수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그러하듯 스스로 조연을 자처한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자신은 뒤에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말한다. 줄어든 출전 기회와 들쑥날쑥한 출전 시간. 노장의 숙명이지만, 이젠 자신의 역할을 알고 먼저 움직인다.
조상현은 지난 31일 KCC전에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외곽포 4개를 꽂아넣으며 통산 1000개 3점슛을 성공시킨 것. KBL 통산 6번째 대기록이다. 조상현에 앞서 대기록을 쓴 문경은 SK 감독대행(1669개) 우지원 SBS ESPN 해설위원(1116개) 김병철 오리온스 유소년팀 감독(1043개) 양경민 전 동부 선수(1023개) 조성원 삼성 코치(1002개) 모두 현역에서 은퇴했다. 조상현이 통산 3점슛 몇위까지 오를지도 관심사다.
조상현은 아직도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오리온스 선수단 중 매일 아침 제일 먼저 나와 운동을 시작할 정도. 2012년 우리 나이로 37세가 됐지만, 여전히 탄력 넘치는 외곽포를 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다. 팀 내에서 지금 같은 역할이라면 충분히 현역 생활을 지속할 만 하다.
조상현은 시즌 전 5년 동안 뛴 LG에서 FA 계약을 맺고,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한 오리온스는 짧은 시간에도 강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베테랑이 필요했다. 아직도 죽지 않은 외곽슛 능력을 가진 조상현은 최선의 카드였다.
조상현은 지난 시즌 LG에서 평균 14분57초를 뛰었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던 건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적 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히려 더 나빴다. 허일영 전정규 등 다른 슈터에 밀려 평균 11분으로 출전시간이 줄었지만, 평균 득점은 4.0점에서 4.5점으로 상승했다. LG에 있을 때와는 달리 잠시 코트에 들어가도 경험없는 선수들을 이끌기 위해 자주 소리치고, 내외곽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조상현은 지난 27일 KGC전에서 고비 때마다 3점슛 3개를 터트리며 15득점,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인터뷰실에 들어올 때 "여기 처음 와본다"며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적생 김동욱과 신인 최진수에게 질문이 쏟아졌음에도 조상현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따금씩 자신에게 질문이 들어와도 김동욱 이적 후 팀에 가져온 효과, 최진수의 신인답지 않은 성실한 자세를 칭찬하기 바빴다.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우리 팀 주전 포워드는 (전)정규라고 생각한다. 요즘 컨디션이 좋아 평소보다 오랜 시간 뛰었던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조상현은 "1,2라운드를 잘 못해서 우리에겐 한경기 한경기가 소중하다. 또한 매경기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면,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이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너도나도 "상현이형한테 배우는 게 정말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장에서는 물론 훈련시간, 코트 밖에서까지 조상현은 어린 후배들의 '맏형'이자 '멘토'가 됐다. 추일승 감독은 물론, 젊은 오리온스가 원했던 바로 그 선수다.
비록 조연이지만, 조상현은 그렇게 묵묵히 하위팀 오리온스의 반란을 이끌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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