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강원FC 감독(48)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지도자다.
전라도 광주 출신인 김 감독은 평소 필요한 말 외에는 잘 꺼내지 않는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을 드러내지만, 평소에는 조용한 성격이다. 정이 많지만,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현역시절부터 우직한 플레이로 사랑을 받았고, 성실한 플레이로 박수를 받았다. 독실한 신앙을 갖고 사생활도 엄격히 관리하는 편이다. 지도자 생활에 접어들면서도 이런 스타일에 큰 변화는 주지 않았다. 코치 시절에는 조력자로, 감독으로는 조용한 리더십을 추구해 왔다. 지난해 최순호 전 감독으로부터 갑작스레 강원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최악의 시즌을 보낼 때에도 "다 감독이 덕이 없는 탓"이라고 삭였을 뿐, 살림살이가 빈약한 구단이나 부진한 선수들에 대한 타박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런 김 감독이 새 시즌 준비를 위한 선수단 소집을 하루 앞둔 2일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김 감독이 키보드를 두드려 찾은 곳은 강원 구단 서포터스 나르샤의 홈페이지였다. 2009년 창단시부터 현재까지 강원의 코칭스태프로 재임하면서 그라운드에서 응원을 접하기는 했지만, 직접 서포터스 홈페이지를 찾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회원 가입 뒤 새해 인사와 올 시즌 각오를 드러낸 짤막한 글을 남겼다. 새해 인사와 함께 글을 시작한 김 감독은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동고동락했던 나르샤의 열정과 성원을 잊지 않고 있다. 때문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변함없는 성원을 주문했다. 평소 성격답게 짤막한 몇 마디만을 남겼을 뿐이지만, 김 감독 입장에서는 큰 용기를 낸 셈이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김 감독이 직접 소통을 하고 나서자 감동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글을 남긴 김 감독 스스로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놀랄 정도였다. 김 감독은 "부족한 글에도 큰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을 보니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짐과 동시에 큰 힘을 받았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강원 선수단은 3일 강릉 클럽하우스에서 구단 시무식을 시작으로 2012년 K-리그 준비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쿤밍에서 체력 훈련 위주의 1차 동계훈련을 가진 뒤, 2월에는 제주도로 건너가 2차 동계훈련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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