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에는 20승 투수가 탄생할까.
지난 2007년 두산 리오스가 22승을 거둔 이후 한 시즌 20승 투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투수가 20승을 올린 것은 지난 99년 정민태가 마지막이다. 한 시즌 20승은 타자로 치면 40홈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실력, 체력, 운이 모두 뒷받침돼야 가능한 기록이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20승 투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전지훈련을 앞둔 각팀 에이스들의 컨디션이 그 어느해보다 좋기 때문이다. 2명 이상의 20승 투수가 탄생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빅3'가 건강하다
20대 중반의 '빅3'가 모두 부상없이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 투수 4관왕 KIA 윤석민을 비롯해 한화 류현진, SK 김광현 등이 올시즌 데뷔 이후 첫 20승 고지에 도전한다. 이들 모두 한 번씩은 다승왕에 오른 경험이 있다. 지난 시즌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72⅓이닝을 던진 윤석민은 연말 각종 시상식 등을 마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지난해 많은 공을 던진만큼 이번 전지훈련서는 투구수 조절을 해가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150㎞짜리 직구와 140㎞대 슬라이더의 구위를 유지한다면 20승이 가능한 가장 유력한 후보다.
류현진은 올시즌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지난 시즌 데뷔 이후 가장 저조한 11승에 그쳤던 이유는 후반기 찾아온 어깨 근육통 때문이다. 비로소 몸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류현진은 2006년 자신의 최다승 기록인 18승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류현진은 "아프지 않고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광현은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해외전지훈련 테이프를 끊었다. 송은범 엄정욱 등 재활투수들과 함께 지난 8일 전훈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지난해 2008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낸 김광현은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어깨 부상 때문에 고전한만큼 본격적인 피칭 훈련에 앞서 몸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특급 용병들의 잔류
제2의 '리오스'를 꿈꾸는 외국인 투수들도 대거 국내에 잔류했다. 대표 주자는 두산 니퍼트다. 지난 시즌 15승6패, 방어율 2.55로 최고 용병으로 떠오른 니퍼트는 사실 득점 지원만 꾸준히 받는다면 20승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투수다. 구위의 기복이 적고,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역중 꾸준함에 있어 니퍼트보다 나은 투수는 없다. 오히려 리오스보다 컨트롤이 뛰어나고 꾸준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4년째 국내 마운드를 밟는 SK 로페즈도 20승 후보다. 지난 2009년 KIA 우승 당시 14승을 올렸던 로페즈는 완투 능력 만큼은 최고로 꼽힌다. 타선 및 불펜에 의존하기 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승리를 따내기를 좋아하는 대표적인 투수다. 부상 위험이 있고 구위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KIA가 재계약을 포기했지만, SK는 로페즈의 재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밖에 LG 리즈와 주키치, 롯데 사도스키 등도 20승에 도전할 수 있는 용병으로 꼽힌다. 국내 2번째 시즌을 맞아 적응 과정 없이 시즌 시작부터 승수쌓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명이나 20승 가능할까
한 시즌 2명 이상이 20승을 올린 것은 83년(장명부 30승, 이상윤 20승)과 85년(김시진 김일융 25승, 최동원 20승) 두 차례 뿐이다. 선발, 중간, 마무리 보직이 명확히 구분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20승 투수 자체가 드물었다. 그러나 올해는 '복수'의 20승 투수를 기대해도 될 정도로 후보들이 많다. 결국 이들이 부상없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선발이 한 시즌 등판할 수 있는 최대 경기수는 29~30게임 정도 된다. 그중 20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건강과 구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자기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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