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겠다. 넌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신년 벽두, KIA 프런트의 화두는 바로 '기다림'이다. 갑작스러운 몸살감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새해 공식일정에 모두 불참한 '빅 초이' 최희섭(33)이 스스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입장에 대한 몇몇 오해나 훈련불참에 대한 서운함 등은 일단은 접어두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최희섭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스스로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구단과 선수가 모두 사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이다.
'빅 초이'를 이해하도록 하겠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았던 최희섭은 시즌 중에도 자주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거나 훈련에서 제외되곤 했다. 그나마 시즌 중에는 비록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의욕적인 모습은 잃지 않았었다. 전반기 막판인 지난 6월19일 광주 삼성전 때 허리통증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나간 뒤, 긴 재활을 하던 최희섭은 수시로 "전반기가 마감되기 전에는 복귀해서 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자 의욕도 함께 사라진 듯 최희섭은 걷돌기 시작했다. 야구장과 멀어졌고, 동료들과도 소원해졌다. 급기야 새해 초부터 워크숍과 공식 합동훈련에 연이어 불참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몸살로 인해 컨디션이 극도록 악화된 것이 이유라고 했지만, 과연 그 이유가 전부일까라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구단으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난감한 일이다.
하지만, KIA 프런트는 최희섭에 대해 다시 한번 통큰 이해심을 발휘하기로 했다. 냉정하게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는 최대한 선수의 입장을 고려해 마음의 문을 열겠다는 결단이다. KIA 김조호 단장은 10일 오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우선 훈련 불참에 대해 너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새해 첫 훈련부터 불참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만큼 몸상태가 안좋았다면 휴식이 나을 수도 있다. 게다가 감독을 직접 만나 양해를 구했으니 '무단불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최희섭의 입장을 변호했다.
KIA에는 '빅 초이'가 필요하다
어떤 면에서 이번 일의 핵심은 바로 '몸살감기'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대체 얼마나 심한 몸살감기였길래 새해 첫 훈련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일까. 최희섭의 몸살감기는 이미 며칠 전부터 진행돼왔다. 지난 6일부터 서산에서 1박2일로 진행된 팀 워크숍에 불참한 이유도 바로 몸살감기 때문이었다. 며칠간 휴식을 취했지만, 여전히 컨디션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최희섭은 훈련 개시일인 8일 아침 일찍 광주구장을 찾아 선동열 감독에게 몸상태를 설명하며 휴식을 요청했다. 이어 구단 지정병원인 광주 한국병원 응급실을 찾아 입원수속을 진행했다. 2인실에 들어간 최희섭은 링거 주사를 맞은 뒤 병실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실제로 몸살감기가 꽤 심했던 것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몸이 너무 안좋아서 어쩔 수 없이 휴식을 취했는데, 마치 일부러 훈련을 거부한 것처럼 비춰진 점에 대해 최희섭이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사정들을 최희섭으로부터 들은 KIA는 다시 최희섭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김조호 단장은 "어제(9일) 최희섭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최희섭에게 '구단의 입장에서 너는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고 얘기해줬다. 일단은 미국 스프링캠프 출발(15일) 이전까지 몸을 추스른 뒤에 반드시 미국에 함께 가자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최희섭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남은 것은 그의 선택 뿐
다소 논란이 됐던 '훈련 불참'의 배경과 그에 대한 구단의 대응책은 이렇듯 정리돼가고 있다. 구단으로서는 최대한 전향적으로 최희섭을 감싸안겠다는 입장이다. 살다보면 마음이 어지러울 수도 있고, 의외로 사소하다고 생각한 감기몸살에도 꼼짝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들을 극복해나가고,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팀에 절대 부족한 왼손 거포 최희섭의 의욕을 고취시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큰 가치라면 최희섭에게는 실추된 4번타자의 명예를 되찾는 일이다. 이런 가치는 누구가 알고 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열쇠는 최희섭이 쥐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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