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스타 출신 두산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는 지난 10일 "한국과 일본의 투수는 톱클래스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불펜과 3선발 이후 투수들은 차이가 난다. 한국 타자들이 고전한 이유다. 또 카운트를 잡을 때 변화구가 뛰어나기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한국 야구는 전형적인 엘리트 스포츠로 성장해왔다. 베스트 10만 꼽으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을 비롯, WBC 등 대표팀 간 한·일 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야구 수준은 여전히 일본을 능가하거나 대등하지 못하다. 저변의 차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한국의 10배가 넘는 아마추어 풀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가 아마추어 발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할 이유, 분명히 있다. 1차 지명 부활 논의 역시 작게나마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서 궁금해지는 점 한가지. 오릭스로 진출한 이대호의 성공 여부다. 오릭스 4번타자로 출발할 올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예측은 쉽지 않다. 기술적인 차이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적응 등 변수가 수두룩하다.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다는 가정 하에 한국의 에이스급 투수, 포크볼러, 외국인 투수들과의 맞대결 성적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스포츠통계 전문 회사 스포츠투아이의 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에이스 킬러' 명성 이어갈까.
이대호는 지난 시즌 각팀 에이스급 투수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다. 4관왕을 차지하며 MVP에 오른 최고 선발 투수 윤석민(KIA)을 상대로 3타수3안타(1.000) 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을 상대로도 5타수3안타(0.600)로 우위를 점했다. 국내 최고 좌완투수 류현진(한화)에게는 8타수4안타(0.500),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맞대결 기회가 적었던 김광현(SK)과는 1타수무안타. 두산 토종 에이스 김선우를 상대로는 10타수2안타(0.200)에 그쳤지만 4사구를 4개나 골라내 4할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SK 송은범에게 1홈런 포함 7타수3안타(0.429), 핵심 불펜 정우람(2타수1안타·0.500, 1홈런), 정대현(6타수3안타·0.500)으로 강세를 보였다. 넥센 손승락에게 2타수1안타(0.500), LG 박현준에게 14타수4안타(0.286), 3타점, 삼성 차우찬에게 7타수2안타(0.286), 1홈런, 장원삼에게 2타수1안타,1타점을 기록했다.
특급 용병 투수에게도 강했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활약한 특급 용병 투수들에게도 강했다. 수준급 용병 스카우트 전쟁 속에 일부 투수들의 실제 몸값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상대할 외국인 투수들과의 간접 비교도 가능하다.
이대호는 올시즌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두산 니퍼트를 상대로 9타수4안타(0.444), 3타점으로 강세를 보였다. 삼성에서 뛰다가 보스턴에 입단한 저마노를 상대로 4타수2안타(0.500), 매티스를 상대로는 5타수3안타(0.600) 1타점을 기록했다. LG 주키치에게는 16타수6안타(0.375)에 6타점이나 올렸고, 광속구 투수 리즈를 상대로도 8타수3안타(0.375), 1홈런, 4타점으로 빠른볼에 밀림 없는 모습. KIA 로페즈를 상대로는 1홈런 포함, 14타수5안타(0.357)에 4개의 4사구를 얻었고, 트레비스에게는 1홈런 포함, 3타수2안타(0.667)로 강세를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했던 투수는 SK 글로버(11타수2안타), 한화 바티스타(2타수무안타), 넥센 나이트(8타수1안타) 정도였다.
포크볼 적응이 관건?
일본 투수들은 포크볼을 잘 던진다. 직구처럼 오다가 급격히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삼성 이승엽조차 이대호에게 "포크볼은 거의 유인구 볼이니 안 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는 일본만큼 포크볼러가 많지 않다. 부상 위험 때문에 일부러 자제하는 측면도 크다. 이대호는 포크볼러와의 맞대결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성 정현욱을 상대로 4타수무안타, 카도쿠라에게 4타수1안타(0.250)에 그쳤다. 두산 정재훈을 상대로도 2타수무안타. 글로버에게 고전한 것도 포크볼 탓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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