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라면 진실된 마음으로 투수에게 다가가야죠."
LG 포수 심광호는 사이판으로 떠나기 전 "아직도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어느새 프로 17년차. 수차례 캠프를 갔지만 이번에는 조금 마음가짐이 달라보였다.
LG는 당장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포스트 조인성'을 발굴해 내야만 한다. 그동안 LG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만 해왔지,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조인성의 FA 이적으로 조인성 다음 포수를 발굴하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육성이 아닌, 당장 실전에 투입할 포수가 필요해졌다.
심광호는 "아직 내가 주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지 않는다"고 했다. 의외였다. 심광호는 캠프명단에서 탈락한 김태군과 함께 당장 마스크를 쓸 만한 자원이다. 예상치 못한 말을 뱉은 이유는 분명했다. 올해 1년이 아닌, LG의 미래를 이끌 포수가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자신보다는 팀을 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심광호는 "난 아직도 후배들에게 많이 배운다. 특히 어깨나 힘 등 큼직큼직한 부분은 후배들이 더 좋다"며 "후배들에게 전해줄 게 많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디테일한 부분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심광호는 김정민 배터리코치의 현역 시절을 회상하며 "진실된 마음은 통하는 법이다. 포수는 무엇보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에게 진실되게 다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광호가 말한 디테일한 부분은 '투수와 소통하는 법' 정도로 바꿔 부를 수 있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거리는 18.44m, 게다가 상대 타자가 있기에 자유롭게 대화할 수 없는 상황. 사인도 사인이지만,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심광호는 이런 면에서 장점이 있는 포수다. 지난해 다혈질적인 성향을 가진 용병 주키치마저 따뜻하게 품으며 안정적인 리드를 선보였다. 포수 파트를 전담하고 있는 김 코치 역시 "투수를 가장 안정감있게 이끄는 포수는 역시 심광호"라며 "심광호가 마스크를 썼을 때 방어율이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심광호는 자신의 마음을 좀더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12월 한달 동안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하는 틈틈이 등산을 한 이유다. 근처에 있는 아차산과 검단산을 수시로 올랐고, 백두대간 중 휴전선 아래 최북단에 위치한 마산봉을 1박2일 코스로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등산은 하체 운동에도 좋지만, 마음 운동에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산을 타면서 약했던 마음, 두려운 마음을 하나씩 떨쳐냈다고 했다. 외로움과 스트레스 역시 산에 묻어두고 왔다고.
심광호는 "우리 팀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포수파트 역시 서로의 장단점을 모아서 더 큰 힘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사실 심광호를 포함한 5명의 주전포수 후보들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다. 서로의 장점을 합친다면, 타구단 주전포수 1명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여기에 심광호의 '마음'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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