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안방극장에서 최강 반전 캐릭터가 탄생했다. 바로 '마성의 미대형' 이서진이 그 주인공이다.
2012년 1월 1일부터 3주간에 걸쳐 선보여진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절친 특집은 그야말로 '미대형의, 미대형에 의한, 미대형을 위한' 방송이었다. 매회 방송이 끝나자마자 온라인상에 이서진과 미대형이 실시간 이슈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하는 등 뜨거운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의 주류로 떠오른 이후 연예인들의 캐릭터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패가 곧 얼마나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과 장군 역을 맡아 진중한 배우로 인식돼 온 이서진을 '동네 친근한 형'으로 만든 캐릭터 메이킹의 기술을 알아봤다.
옆에서 만들어주는 재주꾼이 있어야 한다.
이서진이 '미대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차적으로 본인의 타고난 성향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대형'이라는 구체화된 명칭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바로 함께 출연하는 멤버들이나 스태프 등 주변인들의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서진이 왠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사색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개그맨 이수근은 곧바로 그에게 '미대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한번 부여된 캐릭터를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합심해 반복 재생산할 때 확고한 캐릭터가 구축된다. 제작진 역시 이날 자막을 통해 반복적으로 이서진의 '미대형'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이서진이 현장에서 만들어진 '미대형' 캐릭터를 의식적으로 잘 살렸다면 그는 진정 예능에 탁월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승기의 '허당' 캐릭터도 마찬가지. '허당'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실수투성이에 빈틈이 많은 이승기의 모습을 포착한 김C가 붙여준 별명이었다. 이후 이승기의 '허당' 캐릭터는 하나의 컵셉트로 자리잡을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해야 한다
'무한도전' 정준하에게 붙여진 정총무라는 별명은 '시크릿 바캉스 특집' 때 그가 스태프 밥까지 챙겨주면서 지어진 것이다. 어수룩한 면 때문에 동네 바보형 같은 모습을 자주 보였지만 사실 멤버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능지수를 자랑하고, 특히 뛰어난 계산 능력을 발휘하는 의외의 모습 덕분에 지난해 신년 특집에서는 정준하가 메인이 된 '정총무가 쏜다'라는 특집이 방영되기도 했다. 정총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방송 아이템인 셈이다.
노홍철을 위한 '돌아이 콘테스트' '코리안 돌+아이' 특집도 이와 비슷한 예가 아닐 수 없다. 또 노홍철은 멤버들끼리 레이스를 펼치는 아이템을 통해 자신의 사기꾼 캐릭터를 십분 발휘할 수 있다. 한번 구축된 캐릭터를 주어진 상황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 변주가 가능하기 위해선 아이템 선정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오래된 멤버들은 관계를 활용하라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심의 포인트가 언제나 캐릭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 MC 체제가 굳어지고 활동시기가 1~2년을 넘어서면 보통 멤버들간의 관계가 새로운 흥미요소로 자리잡기도 한다. 가령 '1박2일'이 OB대 YB로 편을 나눈다거나 은지원과 MC몽를 두고 무식한 인물로 묘사하는 '섭섭 브라더스'와 여기에 '허당' 이승기가 합세한 '섭섭당' 같은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리쌍의 개리와 배우 송지효의 달달한 러브라인이 '월요커플'로 탄생되는 과정 또한 캐릭터 메이킹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셈이다. 만약 '1박2일'에서 활약이 다소 부진한 엄태웅과 김종민을 묶어 하나의 관계를 설정한다면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던 캐릭터 메이킹이 집단 관계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수근은 왜 목이 쉬었나?>
15일 방송된 '1박2일'에서는 이수근이 첫 날 녹화 후 목이 쉰 장면이 전파를 탔다. "'1박2일' 출연하면서 목이 쉬긴 처음이다"라고 말한 이수근은 전날 정말 많은 말을 했다. 특히 "미대형"을 끊임 없이 외쳐댔다. 족구 시합을 하는 도중에도 그는 이서진의 '미대형'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누군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냥 한편의 스포츠 중계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수근의 자체 속사포 중계는 큰 위력을 발휘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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