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천적 관계다.
오리온스와 KCC 이야기다. 오리온스는 지난 15일 홈에서 KCC를 84대81로 제압했다. 어느새 KCC 상대 3연승이다. 1,2라운드에서는 속절없이 패했지만, 3라운드부터는 연달아 거함을 격파하고 있다.
4위 KCC는 5위에서 최하위까지 6팀 중 오리온스에게만 상대전적이 2승3패로 밀리고 있다. KCC가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팀은 1~3위인 동부 KGC KT(이상 1승3패)와 오리온스 뿐이다.
사실 오리온스가 달라지긴 했다. 만능포워드 김동욱을 데려오면서 팀 체질 개선이 확실히 됐다. 이젠 김동욱을 중심으로 공수가 돌아간다. 오리온스가 KCC를 처음 잡은 지난달 11일 3라운드 경기 역시 김동욱이 가세한 뒤 첫 KCC전이었다.
하지만 김동욱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오리온스는 3라운드에서 KCC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고춧가루 부대'의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4쿼터병'이 아직 치유되기 전이여서 막판에 패하는 경기가 많았지만, 강팀을 끈질기게 괴롭혀왔다. 이렇게 오리온스 선수들에게 KCC전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선수들의 입에서 "어느 팀이든 해볼 만 하다"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KCC는 자신있다"는 의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김동욱 효과 역시 KCC만 만나면 배 이상의 효과를 낸다.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에게 하승진의 수비를 맡긴다. 2m21의 신장을 가진 하승진에게 1m94인 김동욱이 붙는다, 언뜻 상상하기 힘든 매치업이다. 하지만 김동욱은 신장의 열세를 힘으로 극복한다.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하승진을 괴롭게 한다. 높이가 낮은 팀 사정상 나온 고육지책이지만, 오히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하승진을 귀찮게 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백코트 시 발이 느린 하승진의 약점을 이용해 빠른 공격으로 이어간다. 김동욱 역시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유독 KCC전만 되면 빨라 보이는 이유다. '김동욱 효과'는 이렇게 KCC만 만나면 두배가 됐다. 추 감독 역시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위협적인 하승진을 반대로 이용할 줄 아는 요령이 생겼다. 선수들이 여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이제 오리온스와 KCC의 경기는 3월4일 오리온스의 홈경기만이 남았다. 이날 경기는 정규시즌 최종전이다. 만약 순위싸움이 끝난 상황이라해도 천적관계 때문에 재밌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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