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제가 시행되면 K-리그가 일순간 업그레이드 될까. 그 누구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밀고당기기가 수년째 이어져 올때부터 고통은 예견됐다.
집합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면 저절로 상하 개념이 도입된다. 누군가는 내려가고, 박탈감, 소외감을 느낀다. 이것이 싫어 시-도민구단은 '구단 해체'라는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로 으름장을 놓는다. 이또한 '한국축구를 위해서라는데' 설득력은 없다. 달리는 말을 뒤에서 끌어당기며 "같은 길을 가자"라고 할 순 없다.
잘못된 현실 인식, 하향 평준화를 통한 당분간의 안주, 막연한 희망이 뒤엉킨 판단 미스다.
승강제는 K-리그의 패러다임을 바꿀 고통 아닌 기회다.
올시즌이 끝나면 4개팀을 강등시키는 안이 실무회의를 거쳐 이사회에 정식 상정됐지만 결국 2팀만 내려가게 됐다. 이사회와 총회를 거쳤으니 이는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일부 시-도민구단은 여전히 승강제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K-리그에 공헌한 것이 얼마인데 지금와서 2부로 내려가라고 하느냐.', '당신들(기업구단) 살기위해 우리만 죽느냐.'
지금까지의 한국축구만 보자면 일면 맞는 말이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까지 내다보면 좁은 시야다. 지난해 승강제 논란때마다 시-도민 구단 대표들은 "수백만 시-도민들을 우습게 아는 처사"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예전처럼 우리 고장에 축구팀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골수팬이 되고, 그들을 응원하던 시절은 점차 흘러가고 있다.
상품만 만들어 놓는다고 다 사가진 않는다. 보고싶은 축구가 없으면 축구장을 찾지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축구팀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유럽 축구에 빠져드는 한국의 젊은 축구팬들이 멋으로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진 않는다. 유럽 축구가 빠르고 재미있고, 수준높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미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승강제는 좀더 나은 K-리그를 만들자는 몸부림이다. 전체의 발목을 잡으면 결국 공멸한다. 하향 평준화는 결국은 퇴보다.
이번 이사회-총회의 승강제 결정은 반쪽짜리다. 한데 아이러니가 있다. 많은 팬들이 불안해 하고 분개해 하는 것은 4팀 강등이 1년에서 2년으로 길어져서가 아니다. 이번에도 그랬듯이 올해말에도 다급해진 일부 시-도민구단의 목소리가 대세가 될 지 두렵기 때문이다. 2부리그의 활성화, 상주 상무 1부 존속여부 등 시-도민 구단이 걸고 넘어질 논란거리는 많다.
진통끝에 얻은 차선책마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이들이 많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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