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들' 김남일(35)이 결국 인천의 품으로 돌아왔다.
김남일은 24일 인천시청에서 이미 입단을 확정지은 설기현과 함께 인천 입단에 최종 사인했다. 김남일은 K-리그 겨울이적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복수의 K-리그 팀들이 김남일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허정무 감독도 "김남일 영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남일의 거취는 J-리그행으로 결론 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인천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남일의 영입을 전격 발표했다. 구단 직원들도, 김남일의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그야말로 깜짝 영입이었다. 김남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송영길 구단주와 허 감독, 그리고 김재기 인천 중구 구의원의 합작품이었다.
송 구단주는 김남일 영입을 원하는 허 감독의 뜻을 이루게 하기 위해 18일 김남일의 아버지인 김재기 인천 중구 구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은 당은 달랐지만, 인천 출신 선수가 인천 시민들을 위해 함께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데 뜻을 모았다. 김 구의원은 설연휴를 앞두고 인사차 찾아온 아들 김남일을 설득했다. 오랜 외국 생활에 지친 김남일도 함께 하자는 가족의 설득을 외면할 수 없었다. 김남일은 "부모님을 찾아갔었는데 '이제 멀리가지말고 가까이서 자주 보자'고 하시더라.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심했다"고 했다.
허 감독과의 인연도 외면할 수 없었다. 김남일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허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김남일은 올림픽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A대표팀까지 승선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서 '진공청소기'로 이름을 떨친 것은 허 감독과의 인연이 시작이었다. 허 감독은 김남일의 리더십과 경험을 높이 사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시켰다. 김남일은 "허 감독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신 분이다. 10년이 넘도록 손을 놓치 않으신 허 감독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K-리그로 돌아온 김남일은 국내팬들의 기대에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에게 기대를 많이 안했으면 좋겠다. 예전의 모습을 기억에서 지워준다면 부담감을 덜 느낄 것이다"는 이색 당부를 했다. 경기장 내에서 보다는 경기장 밖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남일은 "10년 전 내가 스타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주인공은 젊은 선수들이다. 주연을 빛나게 하는 감초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허 감독도 "김남일과 설기현같은 스타들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아니다. 팬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셔서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팀은 젊기 때문에 두 선수가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고 점점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김남일은 아직 팀을 찾지 못한 안정환 송종국 두 2002년 월드컵 동료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K-리그로 돌아오라." 안정환 송종국 모두 지속적으로 K-리그 복귀설이 돌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결심을 하지 못한 상태다. 김남일은 둘에게 "K-리그로 돌아와서 마지막을 팬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운동장서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설 연휴가 끝나지 않았지만, 김남일-설기현 입단식에는 엄청난 취재인파와 인천관계자들이 인천시청을 가득 메웠다. 시민구단 인천에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 2명이 합류한 것은 그만큼 큰 사건이었다. 인천 구단의 관계자는 "인천 창단 이래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모인 것 같다"고 했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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