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판 칼레의 기적'에 스페인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3부리그인 세군다B 소속인 미란데스는 25일(한국시각) 스페인 미란다 데 에브로의 무니시펄 안두바 스타디움에서 가진 에스파뇰과의 2011~2012시즌 국왕컵(코파델레이·FA컵) 8강 2차전에서 2대1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서 에스파뇰에게 2대3으로 패했던 미란데스는 이날 승리로 종합전적 1승1패, 합계점수 4대4 동점을 이뤘으나, 원정골(합계점수가 동점일 때 원정 골을 2점으로 계산)에서 앞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1927년 창단한 미란데스는 1944년 리그 참가 뒤부터 70여년간 단 한 차례도 1부리그에 오른 적이 없는 무명팀이다. 2부리그에서 경기한 것도 고작 12차례 밖에 되지 않고, 심지어 3부리그에서도 강등되어 지역리그에서 시즌을 보낸 경우도 5차례나 된다. 국왕컵 최고 성적도 2004~2005시즌 대회서 거둔 16강 진출이 전부였다. 빈약한 재정 탓에 선수단 전원이 스페인 출신으로 꾸려져 있으나, 눈에 띄는 선수가 전무하다.
그러나 미란데스는 올 시즌 대회에서 1부리그인 프리메라리가 팀들을 차례로 꺾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32강에서 비야레알을 꺾을 때만 해도 단지 이변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16강에서 라싱 산탄테르를 가볍게 제압하고, 8강에서도 에스파뇰까지 넘으면서 이변은 '기적'으로 바뀌었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미란데스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는 이날 미란데스가 에스파뇰을 꺾고 4강행을 확정짓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영웅 미란데스(Heroico Mirandes)'라는 제목의 큼지막한 기사를 게재했다. 또 다른 일간지 마르카 역시 '안두바의 기적(El milagro de Anduva)'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미란데스의 승리를 축하했다. 이들은 미란데스가 지난 2000년 소시민들로 꾸린 선수단을 앞세워 쿠프드프랑스(FA컵) 결승까지 진출한 칼레와 같은 기적을 연출할지 여부에 들떠 있는 모습이다.
미란데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푸소 미란데스 감독은 "나는 지금 이 순간 조제 무리뉴 감독보다 행복한 느낌"이라며 남은 일정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라미 레부엘타 미란데스 사장은 "(에스파뇰전 승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4강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미란데스가 결승까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꽤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경기 후 이뤄진 국왕컵 4강 대진 추첨에서 미란데스는 빌바오-마요르카전 승자와 맞붙게 됐다. 프리메라리가 상위권에 속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레반테를 모두 피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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