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프로그램들의 스핀 오프가 많았던 이번 설 특집 프로그램 틈에서 유독 돋보인 파일럿이 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인 24일 방송된 MBC '미래소년 코드박'이다. 형식을 살짝 비틀고 출연자만 바꾼 '영리한 재활용'으로 익숙한 웃음만 가득했던 편성표에서 '미래소년 코드박'의 존재는 낯설지만 신선했다. 현재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웃음과 진지함을 동시에 가져왔다.
이날 방송에서 다룬 주제는 오피스 와이프와 인센티브. 우선 '오피스 와이프' 편은 맞벌이부부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가정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대다 보니 함께 일하는 이성 파트너에게 더 큰 정서적 유대감을 갖게 되는 현상을 그려내,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을 앞둔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다. '인센티브' 편 역시 성과급 제도로 인해 동료 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직장 문화, 경쟁이란 명목 하에 성실한 직장인들이 퇴출되고 있는 현실을 실감나게 그렸다. '창문 없는 고시원에 살고 있는 노량진 박'과 비슷한 캐릭터를 가져온 박휘순의 연기는 진한 페이소스를 보탰다.
박수홍, 정가은, 해금, 박휘순, 낸시랭 등이 연기한 시트콤에 이어 직접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었다. 스튜디오에 모인 출연자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덧붙이며 해결책을 모색했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도 머리를 맞댔다. 비록 뾰족한 해법은 찾을 수 없어 씁쓸한 뒷맛을 남겼지만, 우리의 현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과 SNS 등에는 "신선한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직장인 헌정방송 같다" "재밌지만 왠지 슬프기도 하다" "다큐와 시트콤을 버무린 조합이 상당히 좋았다"라는 호평과 함께 "정규 편성을 해달라"는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파일럿의 정규화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시험대가 돼 왔던 만큼 '미래소년 코드박'의 정규 편성도 기대해봄 직하다. 2008년 설 특집으로 기획된 '우리 결혼했어요'가 시즌을 거듭하며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것이 한 예다. '미래소년 코드박'을 연출한 김종우 PD는 "정규 편성을 논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미래소년 코드박'이 주제로 다룰 수 있는 한국사회의 키워드는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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