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홈런타자 아니에요."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 홈런 레이스의 주역은 누굴까. 아무래도 복귀파인 이승엽(삼성)과 김태균(한화)에 기대를 거는 시선이 많다. 홈런왕 경험도 있고, 국가대표 4번타자를 차례로 맡기도 했던 이들의 홈런왕 경쟁은 올시즌 한국프로야구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강력한 홈런왕 후보 중 하나인 김태균은 스스로를 낮췄다.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홈런왕은 아마도 (이)승엽이 형이 하지 않겠나"라며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자기를 낮춘 채 묵묵히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에서 한층 더 성숙해진 경지가 엿보였다.
김태균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 마련된 한화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뒤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승엽이형이 홈런왕을 할 것 같다. 승엽이 형이 얼마나 엄청난 타자인지 선수들은 알고 있다. 적어도 홈런 35개는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수끼리는 안다'는 말이 있듯, 함께 일본 무대에서 뛰어본 이승엽의 진가를 솔직히 인정한 말이다.
지난해 12월12일, 한화 입단식 때 "승엽이 형과의 홈런경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말을 했을 때와는 달라진 자세다. 무엇이 김태균의 마음을 바꿔놓았을까. 이는 발언 당시의 상황때문이다. 입단식 때는 팬과 선수단을 향해 강인한 인상과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 팀의 4번타자로 돌아오 김태균이 '홈런왕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즌을 대비해 차근차근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까지 강한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 불필요하게 선배인 이승엽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느니 스스로를 낮추고, 훈련에 매진해 내실을 다지는 게 더 낫다. 어차피 결과는 시즌 때 판가름난다. 신중하고, 판단력이 빠른 김태균은 미리부터 성급하게 말을 앞세우는 것이 스스로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낮춘 김태균은 이번 애리조나 캠프에서 어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이 "내가 나서서 말리고 싶다"고 할 정도다. 29일 훈련장에서 만난 김태균은 "이 정도 강도의 스프링캠프는 한 8년 만인 것 같다. 그래도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의 훈련 성과는 어떨까. 이날 투수가 직접 던지는 공과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번갈아 치며 타격훈련에 몰입했던 김태균은 "현 시점에서 이 정도 페이스면 '최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해 "홈런타자가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에 대한 평가에 냉정한 김태균이다. 그런 김태균이 '최고'라고 했으니 얼마나 현재의 성과에 대해 만족스러워하는 지 알 수 있다.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바로 이러한 성실성과 냉철함으로 무장한 김태균은 분명히 이승엽과 치열한 홈런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투산(애리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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