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와 횡령을 한 회계 담당 직원을 사직 처리하면서 1억5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 대한축구협회. 이 직원은 자신을 징계하려던 고위층에 축구협회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비리 직원을 비호한 김진국 전무가 사퇴했지만, 축구협회 임원 누구도 의혹을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조중연 회장(66)을 중심으로 한 축구협회 수뇌부가 김 전무의 사퇴를 앞세워 이번 사안을 덮으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축구협회 차원에서 나온 공식 반응은 김주성 신임 사무총장이 3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대한체육회 감사에 충실히 응한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와 향후 이런 문제 및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완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게 전부다.
축구협회가 만신창이가 되어 벼랑에 몰렸는데도 조 회장 등 수뇌부는 묵묵부답이다. 조 회장은 김 전무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안타까운 일이다"고 슬쩍 넘어갔다.
책임질 일이 없다고 강변했던 김 전무가 왜 사퇴를 할 수밖에 없었는 지, 비리 직원의 징계를 둘러싸고 나온 비자금 문제의 진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라 체육회까지 나섰는데도 축구협회 수뇌부가 입을 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협회 수뇌부는 아직까지 현실을 확실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축구를 국기로 생각하고 남다른 애정을 보여 온 국민들에게, 축구협회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려지는 불투명한 조직,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독선적인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비상식적인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문제 단체로 비쳐지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축구인들조차 지난해 말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경질부터 시작해 최근 축구협회가 보여온 비상식적인 행태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 대다수가 등을 돌렸지만 축구협회 수뇌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만의 울타리에 갇혀 현실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주무 정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축구협회 일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고 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아직까지도 조 회장과 축구협회 수뇌부는 입을 굳게 닫고 납작 엎드려 있을 뿐이다. 해명이 늦어지고 거취 표명이 늦춰질수록 축구협회는 더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막연히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양식있는 리더라면 부하 직원의 뒤에 숨을 게 아니라 떳떳하게 나와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면 깨끗이 털고 책임을 져야 한다.
수뇌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과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축구협회의 무능과 독선에 냉소적이었던 축구인들은 "축구협회가 축구발전에 기여를 해도 시원찮은데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 그동안 축구협회가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냐. 이 참에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 회장 등 축구협회 수뇌부는 입만 열면 축구발전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진정 축구발전을 위한다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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