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 휴~"
롯데의 전지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사이판 마리아나 구장. 덩치 큰 한무리의 선수들이 배팅 훈련이 이어지는 연습장 앞에서 손을 모아놓고 조용한 의식을 치른다. 그 의식은 가위바위보. 승자는 조용한 환호를 지르지만 패자는 고개를 떨구고 만다. 그리고 '공포의 닭장'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선수들과 같이 시커멓게 얼굴이 탄 무서운 훈련 조교 권두조 신임 수석코치가 기다리고 있다.
마리아나 구장에서 매일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된다는 소식이다. 사연은 이렇다. 야수조 선수들은 매일 타격, 수비, 주루 등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4조로 나누어 번갈아가며 코스별 훈련을 실시한다. 그라운드에서 3조가 훈련하는 사이 나머지 1조는 '닭장'이라고 불리우는 그물망이 설치된 간이 타격 연습장에 모인다. 2명의 선수가 동시에 배팅훈련을 할 수 있는데 1명은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치고, 1명은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공을 친다.
문제는 권 수석코치가 배팅볼 투수로 등장할 때다. 배팅볼 투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이 돌아가면서 수고를 하는데 권 수석코치도 단골 투수 중 1명이다. 그런데 권 수석코치가 던질 때 타석에 서는 선수들은 "죽었다"를 복창한다고 한다.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 쉬는 시간 없이 기본이 30분이다. 다른 배팅볼 투수를 만나면 길어야 10분인 훈련이 30분이 넘어가니 30도 중반이 넘는 날씨에 팔다리가 풀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그래서 '닭장' 진입 전 선수들이 목숨을 건 복불복 게임을 펼치는 것이다.
29일 훈련에는 박종윤, 30일에는 손용석이 권 수석코치의 공을 치는 행운(?)을 안게됐다. 공포의 훈련을 직접 체험한 생생한 증언을 들어봤다. 박종윤은 "본인도 힘드실텐데 정말 쉬지 않고 공을 던져주신다. 땡볕 아래 서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방망이를 휘두르고 나니 제대로 서있을 수 조차 없었다. 그날 훈련을 마친 후 숙소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 정도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박종윤은 "한 번 치고 나오면 정말 제대로 훈련을 한 느낌이다. 확실히 타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하며 권 수석코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박종윤은 "권 수석코치와 한 번 더 '닭장'에서 만나면 되겠다"는 말에 "그건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라며 웃어 넘기고 말았다.
사이판의 '공포의 닭장'이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얼마나 더 매섭게 만들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시즌 개막 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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