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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을 영화같은 삶으로 이끈 5가지 사건

by 박재호 기자
◇안정환.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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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은퇴를 선언한 안정환(36)은 자신의 축구인생을 '좌충우돌'이라고 표현했다. 본인은 "축구선수로 성공했다기보다 사고도 많이 쳤다"고 했지만 팬들의 기억엔 추억만 가득하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산 14년 프로 생활. 안정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차례 사건이 있었다. 그때마다 안정환의 축구 인생은 더욱 극적인 턴을 했다.

첫 번째는 안정환이 손꼽은 축구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안정환은 중학교 2학년 시절 동대문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경기에 볼보이로 나섰다. 당대 최고 스타 김주성(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을 직접 봤다. 안정환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사인을 받으러 갔는데 받지 못했다. 충격이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대스타를 보며 꿈을 키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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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은 어린 시절 대부분을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찌보면 불우했던 학창시절. 하지만 꿈이 있었기에 어두운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안정환은 이후 1998년 프로축구 부산에 입단, 김 총장과 2년간 같이 활약했다. 김 총장은 안정환의 '방장'이었다.

두 번째는 미스코리아 출신 부인 이혜원씨와 결혼이었다. 안정환은 부산에서 뛸 당시 이씨와 화보촬영을 하며 처음 만났다. 3년간의 열애 끝에 2001년 결혼했다. 당시 이들의 만남은 큰 화제가 됐다. 안정환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부인 얘기가 나올 때마다 펑펑 울었다. "결혼 후 11년 동안 나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이라며 이씨를 회상했다. 굴곡 많은 축구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동반자이기도 했다. 또 패션리더인 부인 때문에 자신도 기분좋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았다. 이씨는 또 화장품 사업가로도 성공했다. 향후 안정환은 부인과 함께 사업가의 길을 걸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조의 여왕'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정환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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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이다. 이전에도 안정환은 '테리우스'로 불리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스타였지만 한-일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은 그를 국민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지옥을 경험했던 안정환은 연장전에서 역전 골든골을 터뜨리며 천국에 발을 디뎠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영원히 잊혀지지않을 순간의 주인공이 됐다. '반지의 제왕'은 그렇게 탄생했다.

네 번째는 2002년 그해 가을 전국을 강타한 CF신드롬이다. 한 화장품 CF에 탤런트 김재원과 함께 출연했다. 안정환은 보석같은 피부를 자랑했다. 안정환이라는 이름에 독특한 부가가치가 생겼음을 입증한 사건이었다. 이후 안정환은 일본에서도 CF를 찍는 등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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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의 축구인생 마지막 터닝포인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입단 좌절이다. 안정환은 "아직도 블랙번 입단계약서를 가지고 있다"고 회상한다. 안정환은 "만약 블랙번에 입단했더라면 내 축구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의 표현이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소속팀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로부터 협박당했다. 페루자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 활약을 트집잡아 안정환을 방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와중에 잉글랜드와 스페인 몇몇 구단에서 관심을 가졌고, 그중 블랙번은 강하게 안정환을 원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안정환은 잉글랜드에 집도 구했다.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다. 하지만 취업비자를 받지 못했다. 2년간 A매치 75% 출전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까지 나섰으나 허사였다.

결국 안정환은 영국행을 포기한 채 차선책으로 일본 J-리그 시미즈에 입단하게 된다. 이때부터 수많은 팀을 옮겨다니는 우여곡절을 겪게 됐다. 안정환의 이상과 현실에는 늘 괴리가 있었다. 안정환은 "살면서 돈의 유혹이 가장 힘들었다. 더 나은 리그에서 뛰고 싶었지만 금전적인 문제들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만약 전성기때 안정환이 블랙번에서 맹활약했다면? 한국 축구의 지형이 바뀌었을지 모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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