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영화 '친구'의 명대사. 이 한 마디로 국내 영화계엔 사투리 열풍이 불어닥쳤다. 하지만 평생 사투리 한 번 안 써봤던 사람이 현지인처럼 사투리를 구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어'를 제대로 익히려면 원어민과 가깝게 지내야 하는 법. 배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투리 학습법은 지인에게 개인교습을 받는 것이다.
외국어 학습에 녹음 테이프 활용은 기본이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의 주인공 장동건은 촬영 당시 곽경택 감독으로부터 맹훈련을 받았다. 부산 출신인 곽 감독은 카세트 테이프에 부산 사투리를 녹음해 장동건을 혹독하게 지도했다.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고 최동원 감독의 현역시절을 연기한 조승우는 부산 출신 배우 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윤석의 집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버전의 사투리 대사들을 녹음했다. '퍼펙트게임'엔 '사투리 감수 김윤석'이란 독특한 엔딩크레딧이 등장하기도 한다.
전화를 이용해 간편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애자'에 출연했던 최강희의 사투리 스승은 부산 출신 개그우먼 김숙이다. 최강희는 촬영 틈틈이 전화로 개인상담을 받았다. 덕분에 '서울 깍쟁이' 최강희는 부산 아가씨로 완벽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가족 중에 사투리 고수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퍼펙트게임'에서 KIA 선동열 감독의 현역시절을 연기했던 양동근은 부모님이 전라도 출신이다. 양동근은 함께 출연했던 조승우보다 한결 쉽게 사투리를 익힐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원어민을 만날 수 없는 경우엔 어떻게 할까? '어학연수'가 답이다.
오는 2일 개봉하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하정우는 "촬영 시작 전에 서울에서 트레이닝 시간을 가졌고, 부산에 '어학연수'를 갔다왔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부산 사나이들의 매력을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끔 부작용에 시달릴 때도 있다. 영어 울렁증 못지않은 '사투리 울렁증' 때문이다.
'연기 9단' 최민식도 사투리 때문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하정우와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최민식은 "사투리 연기는 다시는 안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단기간 내에 진짜 부산 사람처럼 구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부산 사람들 얘기가 다르고 대구 사람들 얘기가 다르더라. 심지어 부산에서도 얘기가 다 달랐다"며 "결국 채널을 일원화했다. 부산 출신 후배에게 '네 말이 법이다'라고 하고 그 친구 말만 따라했다"고 밝혔다.
영화 홍보 관계자는 "사투리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2배, 3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촬영 때 뿐만 아니라 평상시 생활에서도 사투리를 쓰는 등 언어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만큼 사투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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