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윤석민-류현진, '에이스 전쟁'은 애리조나에서부터 시작됐다

by 이원만 기자
2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열스 콤플렉스'에서 열린 KIA 스프링캠프에서 윤석민이 캠프 첫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2.02
Advertisement

애리조나에 전운이 감돈다. 뜨거운 태양아래, '에이스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Advertisement

한동안 호흡을 고르던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시즌 개막을 두 달여 앞둔 시점. 지난해 투수 4관왕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KIA 윤석민과 6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통산 100승에 11승만을 남겨둔 한화 류현진이 2일(한국시각) 나란히 첫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컨디션 조절을 신중하게 마치고 비로소 용틀임을 시작한 것이다.

2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열스 콤플렉스'에서 열린 KIA 스프링캠프에서 윤석민이 선동열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캠프 첫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2.02

신중한 행보, 완벽한 준비가 승리를 부른다

Advertisement

류현진과 윤석민은 두 말할 필요없이 당대 최고의 좌·우 에이스다. 소속팀의 간판일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단연 '최고'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끼리는 서로 닮는 법. 피칭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자세와 행보는 매우 비슷했다. 애리조나에 마련된 스프링캠프에서 올시즌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을 비교·관찰해 본 결과다.

KIA는 지난 15일, 그리고 한화는 이튿날인 16일에 각각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와 투산에 도착했다. 이후 두 팀은 각각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얄스 콤플렉스'와 투산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양팀을 이끄는 KIA 선동열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은 촘촘한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투타 선수들을 조련하기 시작했다.

Advertisement

그런 가운데 윤석민과 류현진은 스트레칭과 러닝, 캐치볼, 내야수비훈련 등은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소화하면서도 불펜피칭은 하지 않았다. 페이스가 빠른 투수의 경우 벌써 3~4차례는 했을 법한 하프피칭 조차도 멀리했다. 이유는 똑같았다. 지난 시즌 많이 던지느라 지친 어깨를 달래고, 하체 근력과 스태미너를 충분히 끌어올린 뒤에 피칭 연습에 들어가려는 목적이다. 두 감독이나 각팀의 투수코치진도 이들 '에이스'가 최대한 몸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만큼 에이스의 팀내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에이스가 성급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다가 자칫 탈이라도 나면 올 한해 농사가 힘들어진다.

두 에이스도 서둘지 않았다. 아픈 곳이 없고, 컨디션이 좋은 투수라면 하루라도 빨리 공을 던지고 싶은 욕망이 들게 된다. 이는 에이스들에게도 해당된다. 하지만, 윤석민과 류현진은 애써 공을 던지고 싶은 욕망을 참고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4월 이후 시즌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는 굳이 서둘러 공을 던질 필요가 없다. 얼마나 몸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훈련 개시 보름간 체력 훈련에 신경을 집중했다.

Advertisement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 2일(한국시각)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 첫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한대화 감독(왼쪽)이 2일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스포츠 콤프렉스에 마련된 스프링캠프에서 팀의 에이스 류현진의 첫 불펜피칭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에이스의 첫 용틀임, 느낌이 좋다

그렇게 신중하게 몸을 만들던 윤석민과 류현진은 드디어 훈련 3주차가 되던 2일, 불펜에 들어섰다.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다. 올해 '에이스 오브 에이스'의 자리를 두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여야 할 두 에이스들이 정확히 같은 날 첫 불펜피칭을 소화한 것이다. KIA와 한화는 애리조나 도착일도 달랐고, 훈련일과 휴식일의 흐름도 서로 달랐다. 특히 KIA는 예정됐던 훈련 스케줄이 현지 행사로 인해 일부 변경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윤석민과 류현진의 불펜등판일이 서로 같아진 것은 아마도 올해 두 선수의 뜨거운 자존심 대결을 예고하는 징조일지도 모른다.

드디어 에이스들이 불펜에 들어섰다. 이날 오전, 선 감독은 윤석민의 등판 여부에 대해 "일단은 캐치볼을 해본 뒤에 상태가 괜찮으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잠시 뒤 이강철 투수코치가 다가와 윤석민이 피칭을 한다고 보고하자 서둘러 불펜으로 향했다.

선 감독은 다양한 각도에서 윤석민의 피칭을 관찰했다. 처음에는 옆, 그리고 포수 뒤, 마지막으로는 윤석민의 뒤쪽에 서서 면밀히 투구폼을 체크했다. 어차피 처음 던지는 불펜피칭인데다 포수를 반쯤 세워놓고 하는 하프피칭 성격이 짙었다. 구속이나 무브먼트는 체크대상에서 제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구폼과 공에 힘을 제대로 싣는지였다. 윤석민은 오래 기다렸다는 듯 공을 뿌렸다. 포수미트에서 '펑, 펑' 소리가 나자 선 감독은 "처음부터 너무 힘쓰지 마라"며 흡족한 듯 웃었다.

윤석민은 이날 25개의 공을 뿌렸다. 선 감독은 "투구폼이 역시 간결하고 역동적이다. 최고라고 불릴만 하다"라고 흡족함을 표시했다. 윤석민은 "첫 투구라서 일부러 힘껏 던지는데 중점을 뒀다. 아주 느낌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윤석민보다 10개 많은 35개의 공을 던졌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 다소 부진했던 것을 빨리 만회하고 싶은 듯 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처음 피칭이라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투구과정을 밟아 시뮬레이션 피칭까지 소화하면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두 에이스들의 첫 불펜투구는 성공리에 끝났다. 짧막한 '예고편'부터 흥미진진했던 '에이스 전쟁'은 이제 곧 개봉된다. 스펙타클한 대하드라마가 곧 야구팬 앞에 펼쳐질 전망이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