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훈련을 위해 휴식일엔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프로야구 전지훈련지에서 선수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매일 이어지는 강훈련에 녹초가 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롯데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사이판은 상황이 다르다. 선수들은 "쉬어야 한다"는 얘기를 할 힘도 없다. "쉬어야 한다"는 말은 투수들 조련을 맡고 있는 주형광 코치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직접 뛰지도 않는 코치에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면 도대체 롯데 훈련은 얼마나 강도가 높은 것일까.
늘어난 1시간, 선수들에게는 10시간.
다른 구단의 훈련량과 강도는 논외로 치자. 일단 지난해 롯데 스프링캠프와 비교해보면 달라진 것이 훈련 시간이다. 지난해에는 선수들이 아침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8시30분 훈련장으로 출발, 9시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그리고 점심식사 시간인 오후 1시까지 훈련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훈련 개시 시간이 1시간 앞당겨졌다. 더운 날씨를 피해 조금 더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자는게 취지였다. 그러면 종료 시간도 앞당겨져야 하는데 양승호 감독은 종료시간을 지난해와 똑같이 유지했다.
이유가 있었다. 양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의 화두로 '수비'를 내세웠다. 수비가 강해야 결국 1~2점차 승부에서 힘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늘어난 1시간의 대부분이 수비훈련으로 채워졌다. 문제는 수비훈련은 체력적 부담이 커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훈련이라는 점이다. 유격수 문규현은 "내야 펑고를 1시간 더 받는다고 생각해보라. 말이 1시간이지 10시간을 더 훈련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훈련 직후 가진 전화 인터뷰 때도 힘이 쭉 빠진 목소리였다. 여기에 본 훈련 앞뒤로 30분씩 더해지는 얼리워크(early work)와 엑스트라워크(extra work)까지 참여하면 밥 먹을 힘도 없다는게 선수들의 얘기다.
사이판 무더위에 서있는 코치들도 기진맥진
대개 프로야구단 코치들은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면 4~5일에 하루꼴로 주어지는 휴식일을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날씨가 좋아 골프를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쇼핑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형광 코치는 휴식일이던 지난 31일 호텔 문 밖을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주 코치는 "휴식일에 쉬어두지 않으면 다음 턴(다음 휴식일까지 4일의 훈련 기간)에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무리가 따를 수 있다"며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1군 메인투수코치로 투수들의 투구 동작을 관찰하는 것이 일과인 주 코치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이유는 사이판의 무더운 날씨 때문. 훈련량도 많지만 섭씨 30도룰 훌쩍 넘어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인 날씨와의 싸움을 이겨내는 것도 치열하다. 코칭스태프 중 막내급인 주 코치가 이럴 정도면 다른 선배 코치들의 사정은 안봐도 뻔하다.
그러니 그라운드에서 치고, 달리고, 구르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올시즌 이대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1루수 박종윤은 "온지 며칠 되지도 않아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렸을 정도로 햇빛이 뜨겁다"며 "휴식일은 정말 휴식일이다. 하루종일 방에서 자는게 최고"라고 했다. 실제로 현지에 있는 롯데 관계자는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 몇몇 고참선수를 제외하면 휴식일에 외출을 한 선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재밌는 것은 그 중에도 지치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권두조 신임 수석코치다. 올해로 환갑이 된 권 코치는 이번 선수단 내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케 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선수들의 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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