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난 쪽팔린 게 제일 싫다."
LG 박현준이 3일 오전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팀내 최다승인 13승을 올리며 LG 마운드에 혜성처럼 나타난 '뉴에이스', 이런 그의 전지훈련 참가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박현준은 김기태 감독의 '원칙'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10일 진행된 LG의 체력테스트. 박현준을 처음 본 김 감독은 인사 대신 "왜이렇게 살이 쪘냐"는 말부터 건넸다, 비시즌 동안 눈에 띄게 불어난 몸을 지적한 것이다. 묵직한 공을 던지기 위해 체중을 늘릴 수도 있는 일. 하지만 박현준은 4000m 장거리 달리기에서 20분9초라는 실망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평가 점수는 고작 30점이었다.
박현준은 오키나와행이 결정된 뒤에야 비로소 편안하게 입을 열었다. "스스로 캠프에 갈만한 합당한 명분을 만들어야 했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당당하게 가야되니까요."
명단 제외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박현준은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자존심이 강한 그다. 평소 "난 쪽팔린 게 제일 싫다"고 할 정도. 언론에서는 연일 박현준의 전지훈련 탈락 소식을 전했고, 주변의 시선에 스트레스는 극심해졌다. 박현준은 계속된 인터뷰 제안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괜한 말 한마디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야만 했다. 그렇게 박현준은 이를 악물고 운동을 시작했다.
구리에서부터 다이어트를 겸한 지독한 체력훈련이 이어졌다. 어떻게 살을 뺐냐는 말에 그는 "그냥 다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곧이어 "독하게"라는 말이 들렸다. 식단 조절은 기본. 그외엔 그저 죽자살자 뛰었다. 강추위 속 진주에서 가진 2차 테스트, 7㎏나 되는 살덩어리를 덜어낸 박현준은 4000m를 17분만에 주파했다.
테스트 결과가 좋았지만, 캠프 합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박현준은 묵묵히 공을 던졌다. 사이판 투수들과 비슷한 시기에 100% 피칭을 시작했다. 진주 잔류군 코칭스태프는 그를 사이판 투수조와 같은 사이클로 훈련시켰다. 문제없이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시키기 위함이었다.
박현준은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말부터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리즈 주키치와 함께 이룰 1~3선발에 대한 말이 나오자마자 "지금 내 상태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선발자리도 불확실했던 지난해,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간 듯 했다.
박현준은 오키나와에서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비시즌 때마다 투구수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것. 진주에서는 추위 탓에 예년보다 공을 많이 잡지 못했다.
박현준은 이에 대해 "몸을 미리 만들어놓으면 불안한 것이 없지 않나"라며 "페이스를 개막전에 맞출 수도 있지만, 그건 불안하다. 몸이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들어가는 것과 만들어가면서 들어가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내 페이스를 찾을 것이다. 올해는 내걸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박현준, 그의 용틀임이 다시 시작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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