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만에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그대로 갚아 줬다.
1주일전 카일 스탠리(25·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불행한 사나이였다.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너졌다. 어느정도 부진할 수는 있지만 그 정도가 터무니 없었다. 4라운드 한때 8타 차, 그리고 마지막홀을 남기고도 3타나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18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물에 빠뜨린 뒤 더블 보기 퍼트마저 넣지 못해 연장을 허용했다. 연장에서도 이길 찬스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끝내 무릎을 꿇었다. 미국 언론은 스탠디를 두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녹아내렸다', '역사상 최악의 역전패'라는 아픈 표현을 썼다. 스탠리를 연장에서 꺾은 스니데커도 미안했는지 "그는 좋은 선수다. 정말 안타깝다"라며 위로를 건넸다.
6일(한국시각) PGA 투어 피닉스오픈 마지막날 우승컵을 손에 든 스탠리는 자신에게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스펜서 레빈(28·미국)에게 똑같은 위로를 건넸다. "그는 좋은 선수다. 정말 안타깝다."
이날 스탠리는 6타를 줄이며 공동 5위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레빈은 6타 차로 앞서나가다 이날 마지막 4라운드에서 무려 4타를 까먹으며 3위에 그쳤다. 스탠리는 생애 첫 승을 따냈고, 레빈은 생애 첫 승 기회를 날렸다.
골프에선 흔히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석 죽는다'는 말을 쓴다. 골프는 심리 스포츠며 특히 우승을 다툴 때는 작은 마음의 동요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된다.
PGA투어에서 우승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낭패를 겪는다. 슬럼프에 빠진다. 또다시 좋은 찬스가 와도 '트라우마'가 괴롭힌다.
이날 스탠리는 "나락에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내 스스로도 이처럼 빨리 회복할 수 있을 지 몰랐다. 오늘 우승했지만 지난주 패배의 아픔을 살면서 잊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 패배가 오늘의 이 달콤함을 안겨줬다"라고 말했다. 스탠리는 1m80의 75kg의 탄탄한 체구에 300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리는 장타자다. 미국의 골프 전문가들은 올시즌 스탠리가 또 다른 우승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좋은 기회를 날린 '불행아' 레빈은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었다. 그냥 경기가 안 풀렸다. 6타 차 리드를 날렸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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