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진짜 '포스트 박지성'에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은 맨유 박지성(31)과 닮은 구석이 많다. 가장 첫 번째로 '성실함'을 빼면 시체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축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연애 등 축구 이외의 생각들은 '사치'라고 여긴다. 성실함은 일본 J-리그 생활에서 엿볼 수 있다. 숙소-훈련장-숙소를 오가는 단순한 패턴이다. 축구에만 집중하는 삶을 사는 박지성의 영국 생활과도 빼닮았다. 박지성은 경기가 없는 날 오전에 훈련장으로 출근했다가 훈련을 마친 뒤 마사지나 간단한 치료를 받고 퇴근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 더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또 성실함의 척도가 될 수 있는 것은 훈련량이다. 누구보다 일찍 그라운드에 나타나 운동화 끈을 조인다. 훈련은 웃으며 즐기돼 자신이 정해놓은 훈련량은 반드시 달성한다. 김보경이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체력 테스트에서 항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이유다.
박지성같이 유럽에서 10년 이상 살아남기 위해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거스 히딩크 전 A대표팀 감독 뿐만 아니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박지성을 예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김보경도 '멀티 플레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보경은 주로 대표팀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선다. 그러나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중앙으로 이동해 공격을 진두지휘한다. 무엇보다 소속팀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기용된다. 공격력만큼 수비력도 갖췄기에 이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김보경에게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닮은 점은 박지성의 강한 책임감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초 태극마크를 반납하기 전까지 주장 완장을 찼다. 항상 그라운드 위에서 승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었다. 김보경은 올림픽대표팀에서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팀이 어려울 때 골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한다. 6일(한국시각) 사우디전 골은 책임감에 대한 발로였다. 김보경은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4차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물꼬는 수비수 홍정호(제주)가 텄다.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까지 롱 패스를 올렸다. 김현성(FC서울)은 제대로 '타깃맨' 역할을 했다. 쇄도하던 김보경에게 헤딩으로 정확하게 떨궈줬다. 화룡정점은 김보경이 찍었다. 멋진 왼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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