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의 지존 삼성화재가 심하게 흔들린다. 조직력 배구의 대한항공과 최근 세 차례 맞붙어 연패했다. 특히 지난 5일 맞대결에선 세트스코어 0대3으로 힘 한 번 못쓰고 완패했다. 이 걸 두고 일시적 부진인지, 아니면 가빈 '몰빵배구'의 한계가 드러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화재의 일시적 부진이다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가 어떤 팀인가. 삼성화재는 2005년 프로배구 출범이후 총 7번 중 5번을 우승했다. 특히 지난 2010~11시즌에는 정규리그 도중 꼴찌를 하는 치욕을 당했지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드라마틱한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같은 슬럼프는 일상 다반사라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총 4패(21승)를 당했다. 현대캐피탈에 한 번, 대한항공에 세 번 졌다. 삼성화재를 객관적인 경기력으로 꺾을 수 있는 팀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뿐이다. 배구공이 둥글다는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삼성화재의 전력은 7개팀 중 최고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최고의 용병 가빈과 여오현 석진욱으로 이어지는 강한 수비력을 갖고 있다.
가빈 보다 박철우와 유광우의 분발이 필요하다
삼성화재 내부에서도 위기감을 갖고 있다. 가빈(키 2m7)이 피로를 느끼면 타점이 떨어졌다. 지난 2일 LIG손해보험과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로 어렵게 승리했다. 그 여파가 3일 만에 대한항공전에서 드러났다. 가빈의 떨어진 페이스는 앞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가빈이 회복되면 삼성화재의 공격력은 올라가게 돼 있다. 삼성화재의 고민거리는 가빈 보다 박철우와 유광우다. 라이트 박철우는 시즌 내내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다. 가빈이 좀 못해줄 경우 박철우가 득점을 올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수비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라이트를 맡겼는데도 득점력이 한 자릿수에서 머무는 경기가 있다. 이 경우 상대는 레프트 자리에 있는 가빈에게 서브를 집중시킨다. 가빈이 움직임에 제약이 따르면서 삼성화재의 공격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신치용 감독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결국 가빈을 라이트로 돌리고 서브 리시브가 되는 선수를 레프트에 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철우 김정훈 홍정표 모두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오른 발목이 좋지 않은 세터 유광우의 볼배급도 매끄럽지 않다. 리시브가 흔들리다 보니 유광우가 움직이면서 토스를 해야하는데 이때 볼이 낮고 짧다. 유광우의 볼배급이 흔들리면서 가빈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자주 걸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철우와의 호흡도 잘 맞지 않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만나면 모른다
7일 현재 선두 삼성화재(승점 60)와 2위 대한항공(승점 53)의 승점차는 7점이다. 삼성화재가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은 6라운드 한 번 남았다.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이 아닌 다른 팀들과 붙어서 무너져야 대한항공이 뒤집기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리그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높다.
결국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이 맞대결할 수 있다. 두 팀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놓고 마지막에 붙었다. 결과는 삼성화재가 네 경기를 연달아 잡아서 싱겁게 끝났다. 그런데 이번에 맞붙으면 지난 시즌과는 다를 수 있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에 대한 면역력을 길렀다. 강서브로 중무장하면서 삼성화재의 리시브 정확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그러면서 중요한 순간 가빈의 강타를 차단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유독 대한항공만 만나면 힘들어 한다. 신치용 배구를 가장 잘 아는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의 노림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영철 감독은 "여전히 삼성화재는 넘기 버거운 강팀이다"며 의도적으로 약한 척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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