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대호와 프리배팅, 그안에 담긴 의미는

by 김남형 기자
오릭스 이대호가 전훈캠프지인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해머 형태의 도구를 들고 스윙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스포츠닛폰 본사제휴
Advertisement

이대호를 통해서도, '숫자'가 강조되는 프로야구의 특성이 드러나고 있다.

Advertisement

지난 1일 오릭스의 전훈캠프가 스타트한 뒤 곧바로 이대호의 프리배팅이 연일 주목받고 있다. 미야코지마의 오릭스 캠프에서 이대호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하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이대호가 6일 훈련에서 102차례 스윙을 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지난 1일 훈련 첫날엔 72차례 타격에서 홈런 타구 3개가 나왔다고 했다. 3일 두번째 프리배팅에선 77차례 타격에서 6개의 홈런 타구가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140m짜리 장외홈런이었다. 일본 언론은 '거포의 엔진이 예열을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Advertisement

프리배팅의 의미

메이저리그에선 BP(batting practice)라고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선 프리배팅이라 부른다. 타자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훈련이다. 쭉쭉 뻗는 타구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Advertisement

엄밀히 말하면 프리배팅은 '타자 기살리기'의 일환이다. 배팅볼 투수는 되도록 타자가 치기 편하도록 공을 던져준다. 어렵게 던져서 타자를 시험하는 게 아니다. 최대한 쉽게 던져서 타자가 펑펑 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좋은 배팅볼 투수'는 타자별로 좋아하는 코스를 기억해 그곳으로만 던져주는 능력이 있다. 간혹 타자가 커브를 요구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리배팅은 편하게 치면서 비거리를 만끽하는 훈련이다.

전훈캠프에서 타자의 프리배팅 홈런개수까지 자세하게 세는 건 일본프로야구만의 특징은 아니다. 한국 취재진도 과거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의 전훈캠프에 참가했을 때, 혹은 최희섭이 빅리그에서 뛸 때 프리배팅 과정을 낱낱이 체크하곤 했다. 개별 숫자가 모두 의미를 갖는 게 프로야구의 특성이다. 특히 프리배팅과 달리 실전에 가까운 구위를 접하게 되는 라이브배팅에선 홈런성 타구를 차곡차곡 세는 일이 많다.

Advertisement

프리배팅, 팀 화력의 증거

실제 경기에선 투수와 타자가 구질과 코스를 놓고 머리싸움을 한다. 프리배팅은 그런 게 없다. 본인의 타격폼을 점검하며 배팅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잡념 없이 편하게 치는 훈련이다.

그렇다면 프리배팅을 보면서 홈런성 타구를 세는 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리배팅에서 홈런 100개를 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실전에서의 홈런 1개가 더 중요한데 말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 라이온즈 타자들이 경기전 프리배팅을 하면 없어지는 공이 상당히 많았다.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진갑용 등 파워 넘치는 타자들이 많아서 담장을 넘기는 타구가 잇달아 나왔다. 이들이 10개를 치면 5,6개가 홈런성 타구였던 시절이다.

그저 당연하게 여겨진 이 장면은, 다른 팀에겐 엄두도 못낼 일이기도 했다. 2001년 SK의 호주 블랙타운 전훈캠프에서 겪은 일이다. 당시 강병철 감독이 기자에게 글러브를 내주면서 "외야에서 프리배팅 타구도 잡아보고 공 모으는 것도 해보라"고 말했다.

과연 한시간 동안 플라이 타구를 몇개나 잡게 될까를 상상했다. 그런데 금세 생각이 달라졌다. 외야까지 날아오는 타구가 별로 없었다. 그러니 타구를 쫓아갈 일도 없었다. 이게 바로 팀 화력의 차이다. 마음 편하게 치는 프리배팅이지만 그 안에서 팀이 갖는 파워의 한계치가 드러난다.

이대호, 아직 본격 스윙 시작도 안했다

늘상 이뤄지는 프리배팅을 통해 감독들은 타자의 컨디션을 정확하게 체크한다. 경기전 덕아웃에서 감독이 취재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시선은 늘 배팅케이지를 향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프리배팅이지만,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쟤, 치는 것 보니 어디가 안 좋은데"라는 얘기가 나온 뒤 30분쯤 후에 그 타자가 장염에 걸렸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한다.

이대호의 경우 아직까지 프리배팅에서 파워를 과시하진 않고 있다.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프리배팅에서 홈런성 타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가 갖고 있는 파워를 감안하면 100% 스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카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대호의 프리배팅을 칭찬하고 있다. 타구 비거리를 떠나 몸쪽 공을 공략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인-아웃 스윙'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의미로, 이대호가 의식적으로 밀어치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팬들이 보기엔 평범한 프리배팅에서 이처럼 주목할만한 정보가 나온다. 이대호가 본격적으로 배트를 돌리기 시작하면 더 많은 홈런성 타구가 쏟아진다는 현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오릭스 이대호가 프리배팅 훈련때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자 팀동료들이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사진=스포츠닛폰 본사제휴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