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선수가 안보여요. 설마? 아니겠죠?'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5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SNS 등 인터넷 세상은 'A선수 찾기'로 달아올랐다.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다 나왔음에도 유독 A선수만 보이지 않았다. 경기장에 온 팬들은 SNS를 통해 A선수 부재 소식을 전했다. 난리가 났다. 5분 동안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배구판에 몰아친 승부조작 망령 때문이었다. 나오지 않는 선수는 '체포'를 의미했다. 전날 KEPCO와 상무신협의 경기에서 나오지 않은 KEPCO의 임모, 박모 선수가 체포당했던 게 컸다. 황망한 해프닝은 해당 구단 담당자가 SNS를 통해 'A선수는 선수 대기실에서 테이핑 중이다'는 소식을 알린 뒤에 진정됐다. 5분 뒤 A선수가 코트에 들어섰다. 의심의 게시물들은 이내 안도의 한숨들로 바뀌었다.
이날은 평소 잘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남긴 선수가 많았다. 대한항공의 베테랑 리베로 최부식은 '좋지 않은 일이라 가슴이 아프다. 고참으로서 후배를 볼 면목이 없다. 배구 인기도 많이 상승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라며 아쉬워했다. 송병일(드림식스) 이종화(LIG손해보험) 이영택(대한항공) 등도 SNS를 통해 걱정의 메시지를 남겼다.
경기를 앞두고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선수들이 코트에 나왔다. V-리그에서는 한 팀이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최대 18명 보유, 17명 등록이 가능하다. 감독들은 선수단 모두를 데리고 나오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부상이 있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들은 재활 훈련을 위해 숙소에 남겨두고 온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시국이니만큼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모든 선수들을 총동원했다. 이 때문이 이날 몸이 안 좋은 일부 선수들은 코트 한켠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등 재활훈련을 하기도 했다.
경기 중 플레이 하나하나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도 평소와는 달랐다. 세트 초반에 범실을 했을 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 살짝 미소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은 다들 표정이 굳어있었다. 자그마한 범실에도 좀처럼 웃지 않고 허리를 더 숙였다.
양 팀 감독들은 이날 유독 '믿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경기 전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선수들과 승부조작 연루 여부에 대해 면담을 가졌다. 다들 없다고 하더라. 현재로서는 선수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도 "우리 팀에서 뛰다가 다른 팀으로 간 선수가 연루돼 있어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다른 팀으로 간 뒤 연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 감독 역시 "우리 선수들과 면담 결과, 아무도 없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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