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의 광양 전지훈련은 선수들 사이에 '지옥의 코스'로 이름 높다.
말 그대로 입에 단내 나는 훈련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성남의 노하우, '서킷 트레이닝'이다. '서킷' 이야기만 나오면 성남 선수들은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든다. '안해본 사람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이다. 스트레칭, 팔굽혀펴기, 웨이트 트레이닝, 구르기, 줄넘기, 달리기 등 근력, 지구력, 순발력 향상을 위한 10여 개의 종목들이 총망라돼 있다. 2세트는 '기본'이다. 하지만 3세트는 '죽음'이다. 2010년 성남 입단, 올해로 '서킷 3년차'인 홍 철은 "감독님께 없애달라고 편지를 쓰고 싶을 정도다. 3세트 중간에 버스 타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서키트 프로그램 2세트를 소화한 선수단에게 7일 오전 '공포의 3세트'가 예고됐다. 아침식사 자리부터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선수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박진포, 이창훈, 이현호는 올 시즌 성남의 대표적인 '서킷 에이스'다. 나란히 1-2-3위를 꿰찬, 자타공인 '왕체력'이다. 3세트를 16분대 초반에 끊는다. 꼼꼼한 차상광 골키퍼 코치가 기록을 담당한다. 출발 전 저마다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기 바쁘다. 자신의 직전 기록보다 1초라도 늦을 경우 곧바로 벌칙이 주어진다. 순천 체육관에서 숙소인 광양 필레모호텔까지 1시간 거리를 뛰어가야 한다.
가장 기록이 좋은 박진포부터 '서킷'이 시작됐다. 2세트를 마친 선두주자들을 차 코치가 독려한다. "진포야, 10초 늦어!" "현호야, 더 빨리!" 한 코스라도 대충 때울 경우 '매의 눈' 신태용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똑바로 안해!" 다리에 힘이 풀린 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 스퍼트한다. 3세트를 마친 박진포가 골인 지점에 도착해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고른다. 다행이다. 16초20의 기록을 16초08로 앞당겼다. 이어 이창훈과 거의 동시에 들어온 이현호가 코트에 나뒹군다. "이건 말도 안돼! 축구하면서 최고 힘들어! 내 자신을 10번은 더 이긴 것 같아"라며 절규했다.
1위 박진포는 "작년에 그라운드에서 서킷 훈련의 효과를 많이 봤다"고 귀띔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쉴새없이 사이드라인을 오르내리며 놀라운 활동력을 자랑하는 성남의 '소리없는 영웅'이다. "죽을 만큼 힘든 순간을 함께 넘어선 동료들과 끈끈한 응집력도 생기는 것 같다. 시작할 땐 안색이 안좋은데 끝나고 버스에 오르면 다들 표정이 밝다"고 했다. 박진포의 말대로 미션을 완수한 선수들의 표정이 거짓말처럼 밝아졌다. 올시즌 제주에서 이적한 이현호는 "성남 선수들이 왜 그렇게 체력이 좋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킷을 마친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록 단축에 실패한 선수들이 삼삼오오 호텔을 향해 씩씩하게 출발했다. 취재진의 차가 광양에 도착할 때쯤 미드필더 심재명의 뒷모습이 보였다. 차를 태워주겠다며 손을 흔들자 "안돼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선수단 버스 따라잡을 거예요"라며 속도를 더 높여 뛰기 시작한다. 올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성남의 건강한 에너지를 재확인했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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