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m 터치패드를 찍고 기록을 보는 순간 다른 선수의 기록인 줄 알았다."
박태환(23·단국대)이 금의환향했다. 13일 오후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을 마치고 귀국한 박태환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자유형 200-400-1500m에서 3개의 금메달을, 5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날 취재진의 질문은 온통 자유형 1500m 한국최고기록에 집중됐다. 14분47초38, 고등학교 2학년때인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기록한 자유형 1500m 기록(14분55초03)을 5년 2개월만에 무려 7초65나 앞당겼다.
늘 마음에 남았던 '해묵은' 기록을 깨고 난 후 박태환 역시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다고 했다. "터치패드를 찍고 기록을 확인하는 순간, 건너편 다른 선수의 기록인 줄 알았다"며 웃었다.
박태환이 털어놓은 자유형 1500m 한국최고기록이 탄생한 과정이 더욱 흥미롭다. 50m 레이스를 치른 지 1시간만에 곧바로 이어진 1500m 레이스다. 최단거리, 최장거리 '극과 극'을 오가는 지옥 레이스가 쉬웠을 리 없다. 스피드, 파워, 지구력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경기에서 완벽하게 몸을 변환했다. "1500m 출전을 고민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50m 레이스에서 워밍업한 것이 맥박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출전 여부 역시 뒤늦게 결정됐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하마터면 자유형 1500m 한국최고기록이 못 나올 뻔했다. "엔트리 마감 이틀 전에 내가 일단 신청은 해놓자고 했다. 안나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웃었다. "정말 좋았다. 기록보다 미련이 남았던 한국신기록을 바꾸고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훈련 파트너인 '절친' 이현승(26)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자유형 1500m에 주력하고 있는 이현승 역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두달만에 무려 13초 가까이 줄이며 15분27초86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4주간의 훈련을 함께 잘 소화하고, 함께 좋은 결과를 얻어서 더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국최고기록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1500m 추가 출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200-400m에 올인할 생각이다. 400m에선 3분 40초 벽을 넘어서는 세계신기록을 꿈꾸고 있다. 400m 지구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1500m 훈련을 병행하고, 이후 몇몇 대회에는 출전하겠지만 올림픽 주종목은 200-400m임을 확실히 했다.
박태환은 인터뷰 직후 부모님과 함께 갓 태어난 첫 조카를 보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16일 단국대 학위수여식에서는 공로상을 받는다.
인천공항=잔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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