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 지하에는 '특별한 연습실'이 하나 있다.
축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밴드 연습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시용이 아니다. 구단에서 자체 결성한 밴드 '숨비소리'의 어엿한 둥지다. 숨비소리는 제주도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올 때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를 뜻하는 말이다. 이름도 제법 그럴 듯 하다.
숨비소리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변명기 제주 사장이다. 부임 후 처음으로 치른 2010년 K-리그 출정식을 보고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단다. 이후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골몰하다 제주 부임 전 모기업 SK의 송년행사 당시 드럼 주자로 나서 호응을 얻었던 밴드공연을 떠올렸다. 이후 구단 직원들에게 제안을 했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 학창시절 기타 좀 쳤다는 김장열 재활트레이너가 나섰다. 김유빈 경영지원팀 대리도 키보드 주자로 가세했다. 밴드의 얼굴인 보컬은 선수단에게 맡겼다. 어엿한 밴드의 구색을 갖췄다.
연습시간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구단 직원들은 업무 처리에 바쁘고, 선수들은 시즌 일정을 소화하면서 한 자리에 모이기가 쉬운 편이 아니다. 하지만 매주 2회씩 모여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변 사장의 아들 변종인씨의 도움이 컸다. 결성 6개월여 만에 크고 작은 행사에 제주 구단을 대표해 나서게 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공연을 접한 지역민과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해도 숨비소리의 공연은 이어진다. 리더인 변 사장을 위시한 라인업은 유지되는 가운데, 재활팀의 막내 김우중 트레이너, 선수단 내에서 '가수'로 꼽히는 공격수 김준엽이 보컬을 맡았다. 지난해 셰이크라는 악기를 들고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던 '팔방미인' 강수일도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선전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탓에 제대로 연습을 할 만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단이 복귀하는 15일부터 하루 일과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 지하 연습실에 모여 다시 연습에 들어갈 계획이다. YB의 '나는 나비' 등을 부를 계획이다. 김장열 트레이너는 "해가 넘어갈수록 곡이 어려워지니 따라가기가 영 힘들다"면서도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이 합심하는 매개체가 있고, 힘을 모아 내놓는 작품을 팬들이 좋아하니 뿌듯하다"고 웃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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